생보사 자회사형 GA 대세손보상품 취급 더 늘어제판분리 부작용… 일각 '회의론'도
  • 국내 생명보험 업계에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상품을 제조하고 판매는 GA 소속 설계사에게 맡기는 이른바 '제판분리'를 통해 영업 효율성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이들 자회사형 GA가 확산하면서 오히려 생보사 상품 경쟁력은 떨어지고 모회사에 대한 매출 기여도는 하락하는 모습이다. GA 설계사는 제휴를 맺은 모든 회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보니 판매가 쉬운 손해보험사 상품 취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보사 가운데 GA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화생명이다. 이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월 대형 GA의 하나인 피플라이프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들 3개사의 설계사 수를 합하면 모두 2만5000여명에 이른다.

    미래에셋생명도 2011년 3월 3500여명 규모로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지난해엔 KB라이프생명 'KB라이프파트너스', 신한라이프 '신한금융플러스'가 새로 생겼다. 흥국생명도 자회사형 GA 설립 인가를 받고 오는 7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생보사는 GA 설립 목적으로 효율성 극대화와 고정비 감축을 꼽고 있다. 수만명에 이르는 설계사를 자회사 위촉직으로 두면 인력 부담은 덜고 영업 효율은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생보사는 보험상품을 제조하고 납품만 하면서 영업력이 떨어지고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판매에 나서는 GA 위상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26일 이클린보험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 자회사 GA 7곳(한화생명금융·피플라이프·미래에셋생명금융·신한금융·한화라이프랩·KB라이프파트너스·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등)의 신계약건수는 생명보험상품 71만4001건, 손해보험상품 89만5370건 등 160만9371건으로 집계됐다.

    모회사는 생보사지만 오히려 손보사 상품 취급이 많았던 셈이다. 일부 GA는 영업력이 약화되면서 생보 상품 취급액이 대폭 감소한 곳도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2011년 출범한 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5만6351건의 생명보험을 판매해 1428억6500만원의 보험료를 거뒀는데 이는 2011년에 비해 건수는 1만9720건, 금액은 2460억4300만원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손해보험 상품 보험료는 1억8400만원 가량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 효율화를 위해 GA 설립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생보사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 판매가 줄고 있다"며 "같은 그룹내 손보사가 있는 곳은 상관없지만 없는 곳은 다른 회사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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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회사 GA 설립을 통해 같은 그룹내 생보사는 판매 하락을 보는 반면 손보사는 호실적을 거두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KB라이프생명(옛 푸르덴셜생명)의 자회사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가 주축이 돼 영업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4만5102건의 신계약 실적을 거뒀다. 이중 기존 푸르덴셜 상품 등 생명보험이 2만2289건이었고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이 2만2813건으로, 모회사 상품보다 다른 회사 판매가 많았다.

    특히 KB손보의 신계약 실적은 1만4257건, 21억3139만원으로 전체 손보 상품의 62.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푸르덴셜 상품의 신계약 실적은 2만2141건으로 전체의 49.1%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KB라이프파트너스 설계사들이 기존 푸르덴셜 상품 판매보다 KB손보 등 손해보험 상품 판매에 힘을 쏟았다는 의미다.

    이런 양상은 올해 KB라이프파트너스의 모회사인 KB라이프생명 실적에서도 고소란히 드러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의 올해 1분기 신계약연납화보험료(APE)는 1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7.4% 감소했다. 

    신계약 APE는 보험사가 신계약을 통해 수취한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해 구하는데 보험사의 향후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반면 KB손보의 1분기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조1911억원을 거두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GA 설계사들은 제휴를 맺은 다른 보험사 상품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한다"면서 "앞으로 디지털플랫폼 등이 더 활성화되면 자회사 GA를 키우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