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보험그룹 한국 시장 철수 '먹튀' 규정… 인가 허용한 금융위도 고강도 비판
  •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패키지 인수 대상으로 실사를 받고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조가 구조조정을 우려해 선제적 행동에 나섰다.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이 구조조정 후 몸집을 줄여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우리금융에 고용보장 확답을 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 인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양·ABL생명과 우리금융지주에 고용안정과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이날 현재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를 '먹튀'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태갑 노조 생명보험업종 본부장은 "경영의지가 의심되는 중국계 자본에 금융위가 속전속결로 인가를 내줬을 때 예견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이후 전 대표이사 배임 혐의로 부실회사가 돼 버린 회사를 흑자회사로 만드는 데 기여한 노동자가 매각 과정에서 소외돼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직원의 노동 기본권 보장, 고객 혼란 방지를 들어 6가지 안을 사측과 우리금융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달 사항은 △인수 후 고용관계 유지 △우리지주 노사 단체협약 사용자 지위 승계 △노조 집행부 실사 면담 △인위적 구조조정·자회사 분리·특정 부문 외주화 없는 독립경영 보장 △동양·ABL 생명 합병 시 구조개편 노조 합의 △매각과정 노동자 고용보장 금융위 역할 요구 등이다.

    우리금융이 인수를 최종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완료 후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책임감 없이 한국 시장을 철수한 사례가 거듭돼 다자그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며 "혹시 다자그룹이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을 하려고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일까 우려하는 직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정상윤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정상윤 기자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기철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알리안츠생명 등 보험업계와 직원들에게 여러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자그룹 역시 인수 때부터 경영의지가 있긴 했는지 업계에선 의구심이 있었는데 역시 '먹튀'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노조 동양·ABL생명 지부는 24, 25일 중 각 사와 우리금융에 제안서한을 정식 전달할 계획이다.

    최선미 노조 동양생명 지부장은 "오후에 사측 대표이사와 임원을 만나 대책위의 질문지도 함께 전달할 예정"이라며 "동양생명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기여한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매각이라면 노조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직원들의 노동 기본권, 고용 보장이 침해될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부터 매각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금융은 "현재 다자보험그룹과 인수 협의 중으로 매각조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실사는 다음달 초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