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병원만의 문제 아닌 '전국구 사태'… 진료감축 34.2% 일선 현장서 근무해야 할 전문의, 입원전담전문의로 빠져대대적 수술 없이는 소청과 문제 풀기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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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 휴일·야간 진료 공백을 막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에서 근무해야 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다."

    5일 본보가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다수의 원장들에게 문의한 결과 이와 같은 공통적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책임감만으로 진료를 볼 수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앞서 지난 주말 국내 1호 어린이병원이자 달빛어린이병원이며 '오픈런'으로 잘 알려진 서울 용산구 소재 소화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휴일 진료를 포기했다. 

    비단 소화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일에는 오후 11시, 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어린이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전국 38곳의 달빛어린이병원 중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약 5~7곳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 속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으로 100곳으로 늘려 소아 진료 공백을 메꾸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현실을 외면한 허무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의료계 지적이다. 

    ◆ 야간진료 볼 의사들이 달빛현장 떠난다

    더군다나 의료전달체계를 외면한 왜곡된 정책으로 소아청소년과 인력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은 "달빛어린이병원 등 의료현장에서 휴일과 야간진료를 맡아야 할 전문의들이 상급종합병원 입원전담전문의로 빠지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달빛어린이병원에 소속된 의사였을 때와 비교해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하면 주당 근무시간이 대략 절반으로 줄고 대학병원 교수직 타이틀을 확보할 수 있으며 급여 수준도 매력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면 중증 환자가 아닌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경증이나 준중증 소아 환자를 받을 공간이 부족해진다. 결국 소아 야간 및 휴일 진료가 축소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을 포함한 100여 곳의 아동병원이 회원으로 소속된 아동병원협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 '진료의사 수 감소'로 인해 진료시간 감축을 결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34.2%로 집계됐다. 

    가뜩이나 열악한 소아청소년과 상황 속 인력 유출이 현실로 드러나 소아진료 공백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표로 해석된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CNA서울아동병원장)은 "달빛어린이병원 제도가 시행된지 어언 10년이나 됐지만 분석이나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채 시간이 흘렀다"며 "현장 상황의 열악함을 이해한다면 단순 숫자 늘리기가 얼마나 왜곡된 생각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간 책임감으로 버텨왔고 지금도 아이들을 돌보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며 "이러한 의지가 실현되려면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대대적 수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소아진료 야간, 공휴일 및 일요일 가산 전면 개편 ▲나이별, 시간별 소아 가산제 ▲환자 중증도에 따른 종별 역할 재정립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아동병원협회는 오는 9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통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달빛어린이병원 근무 환경, 소아 필수의료 현황에 대한 문제를 공개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