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평균 보험 경력 4.8년 불과전 대표 시절 검사 결과지만 부담 여전실적 개선, 사외이사 보강 등으로 해법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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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 6개월도 안돼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경영진의 전문성 부재와 회사의 리스크관리 미흡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출신으로 보험업계 재직 경력이 없는 윤 대표로서는 가장 아픈 대목이다.
올들어 부쩍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이른바 '무경력' 잡음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당국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운 실정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농협생명에 대한 수시검사를 마치고 경영유의사항 3건, 개선사항 4건의 조치를 내렸다. 경영유의사항으로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 제고 ▲리스크허용한도 강화 ▲자본적정성 및 순자산 관리 강화 등이 지적됐다.
이중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과 관련해 전체 이사진의 평균 보험업 경력은 4.8년에 불과하다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 이사는 선임 당시 기준으로 보험업 경력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업무집행 책임자에 대해서도 전문성 지적이 이어졌다. 금감원 측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선임된 업무집행 책임자 대부분은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출신으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었다"며 "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위기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업무집행책임자 선임 시 부문별 업무 특성 및 보험업 관련 경력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시된 수시검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김인태 전 대표를 겨냥한 셈인데, 김 전 대표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그리고 농협금융지주에서 직무를 수행했지만 보험업계와 관련된 경력은 없었다.
다만 올해 1월 농협생명 대표로 취임한 윤해진 대표 역시 보험업 관련된 직접적인 경력은 없는 실정이다. 윤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경남지역본부 본부장을 거쳐 농협은행 부행장급인 신탁부문장까지 오른 뒤 농협생명 대표로 발탁됐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검사 결과이기 때문에 윤 대표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면서 "현재 이사회 구성원의 보험업 경력 보유 이사 수는 총 4명인데다 향후 사외이사 후보군 선정과정에서 보험업 경력이 많은 인력을 후보군으로 포함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경영진에 대한 전문성 지적은 내년까지 농협생명을 주도적으로 이끌 윤 대표에게 부담이지만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수익성 지표가 대폭 개선된 것은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농협생명이 부실한 리스크 관리로 지적된 것은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RBC)이 147.5%로,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1451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하지만 윤 대표 취임 이후 IFRS17가 적용되면서 총 자본이 4조5000억원으로 늘어나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농협생명의 1분기 순익은 11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6.5% 증가했다. 건전성 지표도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과 자본확충 시행으로 개선세를 보였다.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K-ICS비율은 296.1%(추정치)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앞서 농협금융 측이 윤 대표 선임 당시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전략적 자산운용과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투자수익의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금융 및 투자·운용 등의 업무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발탁했다고 한 것이 주효했던 셈이다.
윤 대표는 지난 1월 취임사에서 "농협생명만의 특화된 생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농작업 재해보상 사각지대에 놓인 농업인들에게 안정적인 보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농촌지역의 사회 안전망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