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시한 보름 앞4개월 12차례 TF 불구 기대 못 미쳐대내외 여건 급변… 위기 느낀 은행권도 상생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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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에서 촉발된 은행 경쟁촉진 대책 발표 시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관련 TF를 꾸리고 약 4개월 동안 총 12차례 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을 위해 업계 및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TF를 꾸릴 당시만 해도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 진입, 제2금융권 지급결제 허용 등 특단의 대책이 다수 거론됐지만 미국의 은행 파산 등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대책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5일 "'은행 과점 깨기' 대책이 추진된 배경에는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은행의 천문학적인 수익과 성과급 잔치가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최근 몇 달 사이 큰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이끌어 온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 TF 발족 당시 "은행업은 정부의 인가에 의해 제한적으로 설립·운영되는 과점적 구조라 할 수 있다"며 "안전한 이자수익에만 안주하는 영업행태 등 그간 은행권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들을 전면 재점검해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구체적으로는 챌린저뱅크·스몰라이센스 등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 진입,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하지만 가장 파급력이 큰 대책으로 볼 수 있는 '신규 플레이어 진입'부터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월초 미국 자산 규모 16위 은행인 SVB의 파산 사태가 발생하며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챌린저뱅크' 카드가 사실상 날아가 버렸다.소규모 특화은행을 이르는 '챌린저뱅크'는 기존 대형은행의 대항마로 여겨져 왔지만,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였던 'SVB'가 무너지면서 도입 명분이 크게 위축됐다. 최근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활발히 영업하며 중금리 시장 등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점 또한 신규 플레이어 진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요소다.금융업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라이센스' 또한 핀테크 업계에서 강력하게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기류 또한 만만치 않다. 금융위로부터 위탁받아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 그룹에서 '편익은 명확하지 않은데 건전성 부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비슷한 이유에서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은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급결제 업무의 최종 책임기관인 한은은 "비은행권의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확대시 고객이 체감하는 지급서비스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한 반면,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은 은행의 대행결제 금액 급증, 디지털 런 발생 위험 증대 등에 따라 큰 폭 저하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현재 금융시장 여건이 고삐를 풀기보다 바짝 죄야 하는 '비상상황'인 점도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 수위에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PF발 위기, 코로나대출 연체율 위기 등 금융위기 발생 우려가 속시원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과점깨기'라는 단일 목표를 위해 시스템 리스크를 크게 높이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예기치 못한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 안팎의 우려다.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자제하면서 청년도약계좌, 대환대출 플랫폼 등 정부 정책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어 이미 어느 정도 소기의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당국이 금융권의 협조를 구해야 할 사안도 많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칼을 휘두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