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안' 내달 본격 시행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인계 및 체크리스트 개선 등이 골자일선 경찰, 의료계 "응급실 과밀화 부추길 것"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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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주취자 사망 사고 보호조치 매뉴얼 개선안이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다.개선안에 포함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인계와 보호조치 체크리스트 개편 등이 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내로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달 전면 배포 및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취자 방치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2월 주취자 보호조치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손보기로 하고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TF(태스크포스)'를 꾸린 지 약 4개월 만이다.경찰은 TF를 통해 지난 3월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안을 마련하고 현재까지 석 달 간 현장 시연 및 보완 작업을 해왔다.개정한 매뉴얼을 살펴보면 '보호조치 필요 주취자' 개념이 신설됐다. 의식이 있더라도 정상적인 판단 및 의사 능력이 없는 주취자는 응급의료센터 등 보건·의료기관으로 인계 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간에는 의식이 없거나 외상이 있는 등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주취자만 응급의료센터로 보냈다."정부기관이 의료계와 협의도 없이 주취자 보호 책임 전가"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땜질식 처방'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금이라도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의료계 및 지자체 등과 해결 방안을 공동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의료계와 협의 없이 의료계에 주취자를 인계하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책임 전가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박시은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장은 "모든 주취 환자가 의식이 있어도 정상적인 능력이나 판단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찰 제도 개선안은 책임 소재를 미루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박 회장은 "이미 대부분의 응급실 병상이 포화 상태고 주취 환자들로 인해 소모되는 의료 인력 낭비 문제가 굉장히 크다"며 "정부 기관이 필수 의료 인력들에 (주취자 사고)책임을 전가 한다면 누가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하고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응급실 과밀화가 더 가속될 것이 뻔하다"며 "주취자가 의료 역량을 차지하고 있으면 진짜로 아픈 사람들이 치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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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 경찰관 주관 판단에 의존...실질적 도움 안 돼"보호조치 매뉴얼 개선안과 동시에 추진된 체크리스트 개편의 경우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경찰은 일선 경찰관들의 주취자 보호조치 요건 판단을 돕겠다며 '의식 여부'와 '외상 여부', '안색 여부' 등이 포함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이에 대해 한 지구대 경찰관은 "체크리스트 자체가 모호하다"며 "(주취자 체크리스트는)현장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조치 결과를 남기는 기록 정도로 (주취자 사망사고)재발 방지에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파출소 경찰관도 "의료진이 경찰관과 함께 출동해 판단하지 않는 이상 주취자 상태를 모른다"며 "체크리스트 항목 자체가 의료적 소견과 다름이 없는데 경찰관이 보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경찰의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한 경찰 관계자는 "이대로 개선안이 본격 시행되면 주취자를 응급실에 인계 했다가 거부 당하는 등 행정력만 낭비될 것"이라며 "체크리스트도 현장 경찰관의 주관적 판단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현장 의견을 수렴해 경찰이 입법 기관, 의료계와 함께 협의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현장 경찰관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주취자 보호조치 TF 관계자는 "개선안 관련 최종 의견을 수렴해 이달 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현장 경찰관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가장 적합한 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한편 지난해 주취자 관련 112신고 접수 건수는 총 97만6392건으로 각 파출소·지구대가 처리한 주취자 신고 건수가 월평균 39.8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