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D램 캐펙스 14% 늘려…올 5조 이상 전망AI 반도체발 HBM·DDR5 훈풍 전망 기반 '선제적 투자'D램 빅5중 투자 확대 유일… 삼성 연초 대비 13% 줄여
  • ▲ SK하이닉스 HBM3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올해 D램 설비투자(CAPEX)를 15% 가까이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에 나섰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연초 계획대비 올해 연간 D램 CAPEX(이하 캐펙스)를 15% 가까이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SK하이닉스가 예정하고 있던 D램 캐펙스 수준은 35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 수준이지만 이를 40억 달러(약 5조 1000억 원)까지 높인다는 계산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전체 캐펙스를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인 9조 원 규모로 잡았다고 밝혔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사업별 캐펙스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업비중으로 볼 때 D램에 캐펙스 상당 부분이 할애되는 구조다.

    D램 중에서도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AI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커지는 분위기를 감지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다. HBM은 최근 챗GPT로 급격히 주목받고 있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사양 메모리로, 높은 수익성으로도 주목받는다.

    차세대 D램인 DDR5도 SK하이닉스가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선제적인 투자가 이뤄질 분야로 꼽힌다. 아직까진 D램 시장에서 DDR5 침투율이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HBM과 더불어 AI 반도체 확산에 따라 글로벌 IT기업들의 DDR5 채택률도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SK하이닉스도 올해 전체 캐펙스 규모는 줄이지만 DDR5와 LPDDR5, HBM3 등 D램 수요 성장을 주도할 제품 생산에 필요한 투자는 지속해 올 하반기와 내년 시장을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신 레가시 공정이나 저수익성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하는 감산을 시행해 이미 지난 1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HBM3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 HBM3 패키징 공장 증설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올 연말까지 HBM3 생산에 필요한 후공정 설비 규모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해 D램 캐펙스를 늘리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올해 13% 가량 D램 투자를 줄일 예정이다. 올 초 계획으로는 D램에서 115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 투자를 예정하고 있었는데 지난 1분기 감산을 공식화하며 D램 캐펙스를 100억 달러(약 12조 8000억 원)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D램 시장 3위 마이크론(Micron)과 4위 난야(Nanya)는 연초 계획과 변동 없이 예년 대비 줄어든 캐펙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D램 상위업체 중 SK하이닉스만 연초 대비 D램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셈이라 올 하반기 이후 D램 시장 수요 변화에 따른 성과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