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투자책임포럼 5년간 투자 분석글로벌은 재생이 석탄보다 3.1배 많아"포트폴리오 다시 짜야"
  •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에도 국내 금융사들의 화석연료 투자 비중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가격제 등 규제 확산으로 화석연료 자산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금융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사회투자책임포럼(KOSI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공적·민간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금융 잔액은 지난해 6월 기준 101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공적금융이 61조8000억원으로 민간금융 39조9000억원 보다 약 1.5배 많았다. 한국전력 지분을 보유한 한국산업은행과 선박 관련 기업대출 비중이 큰 한국수출입은행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금융 잔액은 7조2000억원에 그친다. 재생에너지 투자에 눈을 돌린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낮은 비중이다. 국내 27개 금융기관이 넷제로(탄소배출 0)를 선언했지만, 재생에너지 투자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누적투자 규모를 봐도 화석연료(석탄) 금융에 31조1000억원, 재생에너지에는 30조2000억원으로 화석연료 금융 비중이 컸다. 화석연료 전체가 아닌 석탄 자산에 대한 투자로 한정해 분석한 자료라는 점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체로 확대하면 그 차이는 더 클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이같은 투자비중은 글로벌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글로벌 금융기관 재생에너지 누적투자액은 2조20억달러(2580조원)으로 화석연료 투자액(7750억달러, 998조원)의 2배가 넘는다. 2021년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각각 1190억 달러와 3670억 달러로 격차가 3.1배로 벌어지는 등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 반면 국내 금융기관의 2021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7조2200억원 수준으로 화석연료 투자액(5조5400억원)보다 1.3배 많은 것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투자를 줄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 금융에서 재생에너지와 석탄 투자 격차가 가장 큰 섹터는 은행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에 약 3.2배 더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석탄 투자 규모도 민간 금융 섹터 중 가장 컸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2곳이 석탄보다 재생에너지에 더 많이 투자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재생에너지와 석탄 누적 투자 비율이 각각 2%와 98%로 석탄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에 기후리스크를 적극 고려하고, 유럽연합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처럼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기후 등 공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석탄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산업에 금융기관이 아낌없는 연료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수치로 밝혀졌다"며 "2050 넷제로 관점에서 2030년 중간목표를 포함한 장기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