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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3이 열린 22일(현지시간), 독특한 무대가 열렸다.
세 가지 점에서 독특했다. 우선. 이 무대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브리핑 자리라는 점이다. '워킹 위드 캔서(Working with Cancer)'의 후속 아이디어 공모, 일명 '빅C'를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워킹 위드 캔서'는 오늘자 집계로 2023년 칸 라이언즈 헬스 부문 그랑프리와, 금상 2개를 수상한 캠페인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은, 브리핑 주최가 기업 혹은 비영리 조직 등이 아닌 복수의 대행사들이라는 점이다. 브리핑을 위해 퍼블리시스(Publicis), RGA, BBDO, 레오버넷(Leo Burnett), 오길비(Ogilvy) 등 여러 대행사의 임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추후 이들이 심사를 맡을 예정이다.
크리에이티브·마케팅·광고업계에는 자신들이 잘한 것을 알리는 일을 '특히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칸 라이언즈 세미나는 통상적으로 대행사와 광고주가 함께 나와 자신들의 캠페인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알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업계는 경쟁적이다. 아이디어와 인재, 광고주를 뺏고 빼앗기는 일이 다반사다.
칸 라이언즈의 사이먼 쿡(Simon Cook)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업계는 매우 경쟁적이므로 함께 연합해 일하는 것이 어렵다"며 "하지만 연합을 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경쟁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브리핑 무대를 열었다. -
세미나는 지난 해 3월 암 진단을 받은 퍼블리시스의 아서 사둔(Arthur Sadoun) CEO가 자신의 투병 생활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영상에서 그는 투명하면서도 낙관적으로 자신의 암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영상에 영향을 받은 대행사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워킹 위드 캔서'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됐다. 프랑스 정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600개의 기업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겠다고 서약했고 슈퍼볼(Super Bowl) 캠페인을 통해 '워킹 위드 캔서'는 전세계로 확산됐다.
사둔 CEO는 "2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데 암 환자들은 회사에서 해고될까봐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그래서 아침에 항암 치료를 받고 직장에 출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 환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유했다. '워킹 위드 캔서' 캠페인은 직장에서 암으로 인해 받게 되는 오명과 불안감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워킹 위드 캔서' 후속 아이디어 공모는 캠페인의 다음 단계를 기획하고 집행하기 위해서 이뤄졌으며 구체적으로 2024년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을 위한 멀티 미디어 캠페인을 공모한다. 1단계를 통해 미디어와 제작회사가 이미 준비돼 있는 상태다. 미디어 회사들이 1억 달러 규모의 미디어 기부를 했고 제작은 '라 폰데이션 퍼블리시스(La Fondation Publicis)'에서 2500만 달러 규모로 맡기로 했다.
2단계 캠페인은 글로벌 규모로 진행되며 공모는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접수는 오는 7월 10일부터 9월 15일까지다. 10월에 심사를 진행해 11월에 수상자를 발표한다.
퍼블리시스NY의 세라노(Carla Serrano) 최고 전략 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 CSO)는 "암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에서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참관단들에게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마감이 9월 15일이긴 하지만 분명히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것이므로 우리는 마감을 연장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참조)
*심사 위원 명단
화이자 글로벌 CMO 드류 파나이오토(Drew Panayiotou)
에델만 글로벌 CCO 쥬디 존(Judy John)
R/GA 글로벌 CCO 티파니 롤페(Tiffany Rolfe)
BBDO 북미 CCO 루이즈 산체스(Luiz Sanches)
레오버넷(Leo Burnett) 글로벌 CCO 샤카 소바니(Chaka Sobhani)
올해로 70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은 오는 23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린다. 국내에서는 대홍기획, 더워터멜론, 무신사,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엘베스트, 이노션, 제일기획, ㈜기아, 하나은행, HS애드, KPR, KT, SK텔레콤, SK하이닉스, SM C&C(가나다 순)의 마케팅·광고·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프랑스 칸을 방문했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라이언즈 멤버십(Lions Membership)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공식 홈페이지 및 칸 라이언즈 코리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