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반면교사 삼아 국민 체감 가능한 정책 설계 중증질환 보장에 최우선 가치… 민간보험 없어도 건강보험 커버재정 위기 극복이 선결과제… 불필요 행위·비급여 통제 강조
  • ▲ 최병호 前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 최병호 前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정부 발표가 임박한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보장률 수치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경증환자의 부담은 올리더라도 중증환자를 보호하는 체계로 전환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23일 본보를 통해 최병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전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장)은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이 향후 5년간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에 놓였다"며 "이를 기반으로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보장률 70%라는 수치를 두고 다각적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을 물론 역행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설정하고 집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재인케어로 불리던 1차 국민건강 종합계획(2019~2023년)에서 발생한 문제는 불필요한 의료행위에도 재정을 과도하게 투입하면서 보장 범위를 올리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문제는 필수·응급의료의 공백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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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증질환 보장 최우선 순위… 경증은 뒤로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 수지는 2029년 적자로 전환돼 2060년에는 5765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보험료율 법정상한선인 8%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재정 건전성 확보는 풀기 힘든 숙제로 여겨진다. 

    최 전 원장은 "중증질환 보장에 집중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생사를 오가는 영역의 문제는 민간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이 해결해줄 수 있다는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증질환 범위에 대한 의학·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다중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군 등을 우선순위로 정하는 합리적 결정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의학적 판단에 입각한 의료행위에만 보장을 집중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자칫 도덕적 해이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난립하는 비급여 통제방안이 동시에 마련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가장 어려운 부분은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을 늘리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경증환자에게 더 많은 본인부담을 내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정된 재정 상황에서 중증질환 보장을 확대하면 반대로 경증질환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난항이 예상되지만 대국민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며 "우선적으로 중증 보장을 강화한 후 재정 상황 등 여건이 개선되면 다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불필요한 보장을 억제하면서 비급여 통제도 동시에 이뤄져야만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며 "이번에 나올 2차 계획에서 합리적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