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3개월째 증가세...주담대가 견인아파트값 상승거래 비중 올라, 주택 수요 회복한은, "대출 부도율‧금융취약성 상승…일시적 아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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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3개월째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금융 취약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162억원으로 지난달 말(677조6122억원)보다 6040억원 늘었다. 앞서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은 4월(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많아 2021년 12월(3649억원 증가)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보다 증가했다.

    가계대출 상승은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잔액 510조1596억원)은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전달 대비 4834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이후 높은 금리로 줄곧 뒷걸음치던 신용대출(잔액 109조7766억원)도 1035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계대출 통계를 보더라도 올해 3월까지 쪼그라든 가계대출이 지난 4월과 5월 전월 대비 각 2조3000억원, 4조2000억원씩 늘었다. 

    이런 추세에 미뤄볼 때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인데도 가계대출이 오르는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30∼6.985% 수준으로 지난 5월 12일과 비교해 하단 금리가 0.350%포인트 올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으나 작년처럼 가파르게 치솟는 상승세가 아니라 대출금리에 대한 공포가 많이 줄었다”며 “작년에 부진했던 부동산, 주식 등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는 점도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5∼6월 두 달 간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5만576건(계약해제 제외) 중 앞서 3∼4월에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거래가 1건 이상 체결된 주택형 1만6018건의 평균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57.2%의 매매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24일 기준 총 3269건으로 4월 거래량(3191건)을 넘어 2021년 8월(4065건)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5월 계약된 아파트의 실거래가 신고 기한은 이달 말(계약일로부터 30일)까지라 최종 계약 건수는 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가계대출 반등 조짐에 대한 걱정과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은이 지난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8.1로 작년 4분기(46.0)보다 상승했다. 2007년 4분기 이후 장기 평균(39.4)과 비교해도 높다.

    금융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위험을 반영한 이자 비용을 적용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여신 비중이 2021년 기준 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신 가운데 각 21.6%, 54.8%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더 커지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은행의 기업대출 부도율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실제 지표보다 0.29∼0.6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한은은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면서 금융불균형 축소가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