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라면에 이어 주원료 밀가루 저격한국제분협회와 간담회… 가격 인하 검토구체적인 인하 폭 확정 아직… 라면값 인하에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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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 압박에 제분업계 백기를 들었다. 최근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데 이어 라면의 주원료 밀가루까지 저격하면서 업계가 사실상 가격 인하를 검토를 공식화한 것.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서울 양재동aT센터에서 한국제분협회 회원사와 간담회를 열고 국내 밀가루 가격을 조정해줄 것을 제분업계에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등 대한제분협회 회원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분업계는 "선물가격과 수입가격의 시차, 부대비용과 환율상승 등 어려운 점이 있으나 밀 선물가격 하락과 물가 안정을 위해 7월에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 폭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움직임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인하 권고 발언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추 부총리가 지난 18일 한 방송에서 지난해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상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추 부총리는 "지난해 9~10월에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정도 내렸다"면서 "업체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대응해 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라면에 이어 밀가루까지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이유는 국제 밀 가격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5월 1톤당 1140.93달러로 정점을 찍고 5월 619.69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톤당 633.71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30%가량 낮다.
업계는 정부의 계속되는 압박에 반발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조만간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식품업계는 라면 가격 인하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으로 가격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밀가루 값이 내린 만큼 업체들이 라면, 빵 등 주요 품목 가격을 내려주길 원한다"고 발언한 뒤 결국 가격 인하에 나섰다.
다만 제분업계가 다음달 밀가루 가격을 실제 인하할지는 미지수란 시각이다.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이 증가하며 업계의 원가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대한 소통하고 협조할 계획"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밀가루 가격 인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앞서 라면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대응 방안 검토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뿐만 아니라 농산물, 전분 등 원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업체가 가격을 내리면 라면 업체들도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