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트램 4월 착공…위례신사선, 공사비상승에 일정 무기한 지연 배곧서울대병원 입찰심사에 참여건설사 0곳…"낮은 공사비 발목"용산정비창·DMC랜드마크 개발사업 지지부진…"보수적 투자 필요"
  • ▲ 위례신도시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 위례신도시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대학병원 건립이 확정됐다는 말을 8년전에 들었는데 아직 착공소식조차 없다."
    "대출까지 껴서 10억을 부었다. 공사는 기약없고 아파트값은 5억원대로 떨어졌다. 쪽박 아닌가."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후폭풍이 부동산 투자시장에 불어닥치고 있다. 개발호재를 믿고 섣불리 아파트 매수에 나섰다가 비용문제나 주민간 갈등으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자잿값과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민간정비사업은 물론 SOC개발이나 랜드마크 조성 프로젝트까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공사비 문제로 선별수주에 나선 건설사들이 입찰에 응하지 않거나 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아예 착공조차 하지 못하거나 주민 또는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에 가로막히는 등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개발호재와 그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변단지를 '영끌'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위례신도시는 입주초만 해도 '준강남'으로 불리며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불과 몇년새 상황이 급변했다. 빈약한 대중교통으로 인한 긴 출·퇴근시간과 상업시설 부족에 따른 베드타운화 등 문제가 겹치면서 아파트 가격이 수직하락했다.

    이후 위례트램과 위례신사선 등 대중교통 노선신설이 가시화되자 침체됐던 시장이 다시 꿈틀거렸다. 아파트 매물을 저점매수하려는 투자수요도 몰렸다. 하지만 공사방식과 신설역 위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다시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걷게 됐다.

    그나마 위례트램이 4월 착공에 들어가며 급한 불은 껐지만 위례신사선은 공사비 인상 문제 등이 겹치며 일정이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다.

    개발지연은 인근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위례신사선 역후보지 인근에 위치한 경기 성남시 창곡동 '위례자연앤 센트럴 자이' 전용 59㎡ 매물은 11억6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연초보다 소폭 오른 가격이지만 직전 최고가격인 14억6000만원(7층)보다 3억원이나 빠졌다.

    위례신도시 대장주로 꼽히는 하남시 학암동 '위례 롯데캐슬' 전용 84㎡ 매물가격은 2021년 9월 14억9000만원(14층)에서 이달초 11억5000만원(15층)으로 3억4000만원 하락했다.

    하남시 학암동 H공인 관계자는 "위례신사선 경우 진행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아 지역주민들이나 투자자들 기대감이 현저하게 낮아진 상황"이라며 "그나마 트램이 2025년 완공예정이라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 문제를 고려하면 그마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남시 창곡동 D공인 관계자는 "위례신도시는 교통이나 상업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집값하락기인 지난해와 올해초 가격방어가 잘 되지 않았다"며 "현재 시장이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인프라 부족 탓에 아파트가격 회복속도가 느린편"이라고 설명했다.
  • ▲ 용산정비창 부지. 사진=박정환 기자
    ▲ 용산정비창 부지. 사진=박정환 기자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선 대학병원 건립이 지연돼 투자자들 속을 태우고 있다.

    배곧서울대병원 건립공사는 경기 시흥시 배곧동 일원 연면적 11만7338㎡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2층, 800병상 규모 의료시설을 신축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3781억원이다.

    보통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의료인프라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탓에 집값이 수직상승한다. 배곧신도시도 병원신축 효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고 시장활황기인 2021년엔 '10억클럽' 단지도 속출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올 1월 실시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서류제출에 건설사 단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공사비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대부분 공공공사가 그렇지만 이번 사업도 병원규모를 고려해볼때 4000억원도 채 안되는 공사비는 너무 적은 감이 있다"며 "인건비나 자잿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책정된 공사비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은 재공고에 나섰지만 공사비엔 변동이 없어 무응찰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업이 미뤄지는 사이 주변집값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병원 예정부지 바로 옆에 위치한 시흥시 배곧동 '시흥배곧C2 호반 써밋플레이스' 전용 84㎡는 2년전 10억원을 찍었지만 이달 거래가는 5억9000만원(18층)으로 4억1000만원이나 떨어졌다.

    배곧동 E공인 관계자는 "상반기에 집값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서울이나 다른 수도권과 달리 배곧은 병원건립사업 유찰여파로 오히려 하락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병원신축만 보고 아파트를 매수했다가 팔지도 못하고 떠안고만 있는 투자자들이 적잖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용산정비창 개발효과가 기대됐던 용산구 서부이촌동이나 상암DMC랜드마크 건립이 예정된 상암동 일대도 개발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산 정비창 경우 개발계획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착공은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고 상암DMC랜드마크 건립사업은 용지매각이 최근 무응찰로 마무리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나 공사비 등 외부변수가 많아 개발호재만 믿고 아파트를 매수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주변시세나 생활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보수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