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추진 금융사기 환수법 국회서 제동…통과 시기 미지수법원행정처, 개정안 '위헌 소지' 의견…과잉금지 원칙 위배 판단불공정거래 근절 절실…"투자자 피해액 기준으로 처벌" 목소리도
  • ▲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앞서 참석한 4개 기관장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왼쪽부터)양석조 남부지검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앞서 참석한 4개 기관장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왼쪽부터)양석조 남부지검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주가조작 등 금융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금융사기 환수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이 최근 직접 국회를 찾아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힘써달라고 부탁했으나, 법원행정처가 해당 내용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빠른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게 됐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한다. 

    해당 개정안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당이익 산정이 어려운 경우 최대 5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부당이득의 정의와 산정 방식을 처음으로 자본시장법에 명시했다. 부당이득에 대해선 '주가조작 등 불법 거래로 발생한 총수입에서 그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으로 규정했다.

    과징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명문화해 금융사기 환수법으로도 불린다.

    다만 해당 개정법은 현재 통과에 난항을 겪는 상태다. 입법 과정에서 여당과 법원행정처의 지적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실제 법원행정처는 지난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검토 보고를 올렸지만, 해당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법원행정처는 부당이득 산정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실상 피고인에게 넘겼다고 지적했다. 이과 함께 부당이득액의 2배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금전적 제재가 과도하다고 판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는 29일 열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법안 통과 시기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지난 4월 주가조작 사태 직후 당국은 부당이득 산정 법제화를 핵심 대책 중 하나로 내세워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개정안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되는 만큼 주가조작 행위자들에 대한 엄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무관용원칙과 강력한 처벌, 철저한 범죄수익금 환수 등을 바라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가조작으로 인해 발생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을 기준으로 하는 처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자가 얻은 '부당이익'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로 범죄의 가중 여부를 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입은 피해 규모에 따라 가중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미국의 페어펀드(공정배상기금)처럼 주가조작 범죄자의 부당이익금을 환수해 그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직접 보상하는 '한국형 투자자 보호기금도 도입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우선 법사위 전체회의 전까지 법무부·법원행정처와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등과 계속 소통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