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수요 양극화 위한 신흥시장 공략 박차현지 최적화 오퍼레이션 고도화로 시장 지배력 강화LG디스플레이·이노텍 등 계열사들도 베트남 투자 늘려미중 분쟁으로 아세안 몸값 상승… 추가 투자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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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패권전쟁으로 중국 사업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탈(脫)중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전자·IT 분야는 중국의 자국 브랜드 선호 사상으로 대(對)중 수출도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 공략보다 동남아 등 '포스트 차이나'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LG그룹도 전자 계열사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양극화된 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수요 감소 및 양극화 상황 속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보급형 모델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아시아 생산기지를 챙기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전장·가전·TV의 생산성, 품질 고도화, 공급망, 원가구조 개선, 안전환경 등 오퍼레이션 고도화 전략을 살폈다.

    조 사장은 LG전자 현지법인 직원들에게 "현지에 최적화된 오퍼레이션 방식을 고도화하고 고객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QCD(Quality·Cost·Delivery, 품질·비용·납기)를 제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자"고 강조했다.

    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기존의 생산법인, 판매법인에 이어 최근 R&D법인까지 설립하며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하게 됐다"며 현지화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동남아 시장은 경제규모 면에서 잠재성이 뛰어나고 성장 가능성이 높아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도 동남아를 글로벌 생산기지로 구축하며 아시아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아시아 매출은 7조8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증가했다. LG전자의 아시아 매출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조원대에 머무는 등 성장이 정체됐지만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전체 매출의 9.4%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HE사업본부 내 인도네시아 개발담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아시아 TV 생산거점인 찌비뚱 생산법인에서 제조하는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연구 및 개발 중심의 환경 조성이 요구되고 있어서다.
  • ▲ 조주완 LG전자 사장(첫 줄 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땅그랑 공장에서 냉장고 등의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LG전자
    ▲ 조주완 LG전자 사장(첫 줄 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땅그랑 공장에서 냉장고 등의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LG전자
    계열사들도 베트남 등 동남아 법인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달 말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증설에 1조3000억원(10억달러)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증설 투자로 베트남 공장의 카메라모듈 생산능력(CAPA)이 2배 이상 확대돼 고객사의 대규모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2021년 베트남 하이퐁의 모듈 사업장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증설 작업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이퐁 공장은 국내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한 TV용 대형·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에 각종 부품을 조립해 모듈을 제조하는 시설이다.

    최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추가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LG그룹은 1995년 LG전자가 베트남에 첫 진출한 이후 현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생산 규모는 12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하이퐁 클러스터는 전자계열 3개사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지난해 기준 글로벌 세트·부품 생산액의 15%를 차지했다.

    아세안 지역은 미중 분쟁 심화로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아세안은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아세안 내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중국은 2021년 개최된 UN 총회에서 신흥국 인프라 개발을 골자로 하는 GDI(Global Develope Initiative)를 제안했다. 아세안 최대 투자국인 미국은 지난해 6월 열린 G7 회의에서 PGII(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를 제안했다. 2027년까지 신흥국 인프라 개발에 6000억달러를 동원한다는 목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미국 주도의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관세 전쟁 심화, 세계적인 탈(脫)중국화 지속으로 차세대 생산기지로서 아세안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