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中 리스크 '전면에'… 탈중국 가속화반도체 핵심기지 '韓·美' 이원화… 후공정도 '국내'서'베트남·인도' 스마트폰, 가전 생산거점 넘어 확장 가능성'인건비 경쟁력+소비시장 잠재력'… 中 뛰어넘는 투자 이어질듯
  •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한창 준비하고 있던 삼성전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에 추가적인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내걸었는데 이를 1년 유예키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장은 중국과의 거래가 가능하지만 미국이 언제까지 이 조건을 유예해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고 보는 시각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반도체 투자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 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키우거나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 이상 거래를 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범용 반도체의 경우 10% 내에서 생산 확장이 가능하지만 삼성처럼 미세공정 기술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에겐 결국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은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삼성의 시선은 국내로 향했다. 경기도 화성과 용인에 이어 평택에도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데, 삼성 평택캠퍼스가 그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 6개의 라인을 운영할 계획인 평택캠퍼스는 이미 3개 라인이 가동 중이고 현재는 P4라인의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이미 3개 라인을 짓는데만 100조 원 가까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는데 6개 라인이 모두 완공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상하는 '2030 시스템 반도체 비전'이 본격 가동할 채비를 갖추게 된다.

    최근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중요도가 높아진 후공정 시설도 전진기지를 국내에 두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충청남도 온양과 천안에 두고 있는 후공정 시설을 확대하는데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중국 쑤저우에 있는 후공정 공장이 사실상 메인 역할을 맡았다. 미세공정이 핵심인 반도체 특성 상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고 인건비가 중요한 후공정은 중국에 의존했다. 그러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용량 데이터 연산이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가 부상하며 후공정이 기술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HBM3 같은 차세대 메모리에선 미세공정보단 TSV 같은 패키징 기술력이 제품력을 판가름하게 됐다.

    미국 테일러 공장도 앞으로 삼성 반도체 생산에서 핵심 기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국내에 더불어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에만 170억 달러(약 22조 2000억 원) 규모가 투입되는데, 이 신공장이 가동되면 지난 2021년 대비 오는 2027년 테일러 지역에 두고 있는 반도체 클린룸 규모만 7.3배가 될 것으로 삼성은 예상하고 있다.
  • ▲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이 미중 갈등을 계기로 반도체 생산거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면 이에 한참이나 앞서 스마트폰이나 가전은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옮겨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지난 2019년 중국 톈진과 후이저우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을 모두 철수하고 인도 노이다에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뒀다. 삼성 노이다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폰 제조공장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할 정도로 핵심 기지다.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에도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두고 전체 스마트폰의 절반을 만들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 모두 인건비가 저렴하고 정부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국가라는 점에서 제조 거점으로 활용하기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더불어 최근 정체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곳이 인도와 베트남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일찌감치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거점을 옮긴 삼성의 혜안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반대로 중국은 한 때 삼성 스마트폰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게 무색할만큼 현지 제조사들에 빠르게 자리를 내줘 시장으로서의 이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부터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삼성과는 대적하기도 힘들었던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빅4 업체들의 존재감이 이제는 절대적인 수준이다.

    가전이나 TV도 중국시장에서 빠르게 현지업체들도 대체된 대표적인 분야다. 특히 삼성 TV는 이미 10년 넘게 세계 1위 자리를 점하고 있는 독보적 제품인데 유독 중국시장에서만 점유율 5%를 넘지 못하는 10위에 그쳤을 정도다.

    삼성은 중국 현지 스마트폰 제조공장 철수와 함께 톈진에 두고 있는 TV공장도 문을 닫았다. 대신 베트남 남부 호치민 인근에 TV와 가전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며 중국 대비 낮은 인건비 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성장하는 소비시장으로서의 이점을 두루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