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라면·밀가루에 우유까지…전방위 가격인하 압박유업계 "원윳값 인상되면, 유제품 가격 동결 어려워" 토로농식품부 '압박'-공정위 '모니터링' 행보에…"시장개입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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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연합뉴스
    정부가 라면업계에 이어 제분업계, 사료업계, 유업계까지 만나 전방위적인 가격인하·동결 압박에 나섰다. 정부의 먹거리 물가 단속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지만, 공교롭게도 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요금 인상에 나서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등 우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모아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 유업계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가격은 매년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인상되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적용되는데,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9일부터 원유 기본가격 조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원유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아직 원유 기본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리터당(ℓ)당 69~104원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가격이 정해지면 당장 8월1일부터 적용된다.

    유업계는 원유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유제품 가격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 인상 폭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인상 자체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유업계 입장에서는 주재료인 원유가격이 인상되는데도, 우유가격을 동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4월 주세가 인상되며 맥주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 주류업계는 맥주가격을 동결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하락에 따라 라면가격도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라면업계는 이달 들어 제품가격을 일제히 인하했다. 제과, 제빵업계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6일 제분업계 불러 모아 밀가루가격 인하를 요청했으며, 지난 6일에는 사료제조업체를 만나 사료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사료가격 인하는 축산농가의 부담을 덜어줘 고깃값이나 유제품 가격 하락 등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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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연합뉴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일이 잦아지자, 일각에서는 농식품부가 압박하고 공정위가 가격 모니터링 등 사후처리를 맡아 수행한다고 지적한다. 전(全) 부처가 물가관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12일 유업계 가격동결 요청과 관련해 "공정위는 인위적으로 가격에 개입할 수 없다. 시장경제에 반하는 행위가 있다고 하면 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공정위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중간재는 직원들이 공정거래 이슈가 있는지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주요품목에 대해 주기적으로 가격동향을 체크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오는 10월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하고, 시내버스는 8월12일부터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공요금 가격은 최대한 내년으로 이연해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누적된 적자로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인천, 대구, 광주시는 지하철 요금을 이달 1일부터 인상했으며 부산시도 올 하반기 지하철 요금 인상을 검토하면서, 정부의 먹거리 물가잡기 노력이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에 퇴색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