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축소 검토공청회 과정서 '샤넬' 논란 불거져…野 "구직자 비하" 맹공고용장관 "근로의욕 제고 취지" 해명…제도 개편 반대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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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대대적인 실업급여 개편에 나서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손질해 재취업을 촉진하겠다는 태도다. 야당은 구직자를 적선하는 것처럼 취급한다며 비판에 나섰다.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와 정부는 지난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민당정 공청회를 열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현재 실업급여는 최저임금과 연동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실업급여 하한액도 같이 오르는 구조로 설계됐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8시간 기준 하루 6만1568원이다. 월로 환산하면 185만 원이다.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80% 수준이다.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를 하한액으로 하는데, 만약 이 금액이 실업급여 하한액인 월 185만 원에 미치지 못하면 무조건 185만 원을 지급한다.문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다보니, 실업급여 하한액도 크게 인상돼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세후월급이 하한액보다 낮은 역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일하는 것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나왔고 실제 단기간만 일하는 근로자도 늘어났다. 5년간 실업급여를 세 번 이상 받은 사람은 2018년 8만2000명에서 지난해 10만2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실업급여 지급 체계가 젊은층의 근로의욕을 꺾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는 총 163만1000명이었다. 이 중 하한액을 적용받은 사람은 119만2000명으로 전체의 73.1%를 차지했다. 하한액 적용자 중 85%가 청년층으로 압도적이었다.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되는 것도 정부와 여당이 실업급여 개편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고용보험료로 충당하는 고용기금 적립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10조2544억 원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말미암아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실업급여 지출이 늘었다. 지난해는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 5년 새 10조 원쯤의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청회)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전날 공청회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는 "여자들이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고 자기 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며 즐기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야당과 노동계는 비판을 쏟아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워회의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내는 부담금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데 마치 적선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실업급여를 받는 분들을 조롱하고 청년과 여성 구직자, 계약직 노동자를 모욕하고 비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를 의식한 듯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샤넬 발언은) 13년 동안 이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가 발언하는 짧은 시간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일부가 부각돼 논란이 됐다"며 "본질과 핵심은 실업급여에 의존하기보다 근로 의욕을 제고해 재취업을 촉진해서 자립을 도와준다는 취지"라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