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전공의 대체, 의료공백 방어 시작 치료 밀린 환자들 "피부 색깔 편견 없고 진료가 우선"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의사 확충 물론 이민정책 설계시 효과적"의료계 전반은 부정적 시각 … 中 의사 3000명설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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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은 봉합이 어렵고 또 법정공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의료대란 피해는 환자 몫으로 돌아갔다. 결국 정부는 마지막 카드인 '외국의사 수입'을 꺼내 들었다. 의료계 반발은 거세겠지만 부족한 인력을 대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외국의사 면허 진료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다. 이탈 전공의 대체 업무를 맡게 될 예정으로 이르면 이달 중에 허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대란 초기 때만 해도 "외국의사 수입을 검토하는 것은 최대한 미루고 사태 봉합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각종 소송이 이어지고 '회의록' 제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대증원 절차의 정상적 진행이 어려워지고 의료대란은 점차 심화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외국의사 면허 소지자가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외국에서 의대를 나오고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딴 뒤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앞으로는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에서 의료공백이 심각할 경우, 외국의사 면허만 있으면 자격을 인정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일례로 의사 집단파업 등 특정 상황 발생시 외국의사 수입이 가능하도록 조처를 한 것이다.

    의료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특정 국가와 대학 지정, 근무할 병원의 리스트, 자격 요건 등 구체화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전공의 부재를 대체하는 역할을 우선 진행한다.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부분은 간호사급 코디네이터를 채용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각종 절차를 마련한 후 정부가 각 국가와 협의를 진행한다면 외국의사 수입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그간 의료대란으로 피해를 받았던 환자들은 외국의사 수입에 대해 긍정적이다. 

    췌장암 3기 환자 A씨는 "수련생인 전공의가 빠졌다고 계속 진료가 밀리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환자를 향한 일말의 배려는 하지 않았고 연일 공포감을 일으키는 휴진 결정을 했다"며 "생사의 영역에선 현장에 있는 의사가 필요한 것이고 피부 색깔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폐암환자 B씨 역시 "3분 진료만 받고 돌아가야만 하는 구조가 익숙한 상태이며 수술장에서도 교수 얼굴을 보기 힘들다"며 "급여기준대로 처방하는 특성상 어느 국가에서 오든 의사의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 외국의사 수입, 이민정책에도 절호의 기회

    외국의사 수입은 현재의 의료대란의 상황을 막기 위한 단편적 조치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이번 조치가 변화가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의사문호 개방은 단순 의사 확충을 넘어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도 의미가 부여된다"고 진단했다. 

    의대증원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는 필수, 지역, 공공의료에 헌신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증원 이후 각종 대책이 쏟아져도 이 분야에 투입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정책의 한계점이다.

    의료선진국들이 그러하듯 국내의사가 기피하는 분야에 외국의사를 일정 부분 투입해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조 원장은 "1970년대에는 한국의사가 미국으로 건너가 고된 수술을 경험했고 이 수련을 거히고 돌아온 의사들이 국내의 최고 명의가 됐다"며 "이제 발전한 국내 의료체계와 술기를 배우려는 의사들이 있으므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정 국가 출신 의사들의 능력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세상은 이미 바뀌었는데 경험해보지도 않고 언제까지 배타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떤 나라에서든 의사는 엘리트로 구성된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이민정책 설계가 중요한 시점인데 이 과정에서 외국의사 수입은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이민정책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때 하급 노동이나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아니라 인텔리를 데리고 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의사들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급 인력이 한명 들어오면 본국에 있는 수십명의 사람을 먹여살리는 구조가 된다. 결국 그 사람들이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되고 국내로 들어오려는 기회를 얻고자 할 것"이라며 "여러 복합적 요인을 볼 때 외국의사 수입은 절호의 기회"라고 진단했다. 

    ◆ 의료계, 외국의사 수입에 날 선 비판 

    의료계는 외국의사 수입에 반대하며 SNS를 통해 비판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추후 입법예고가 끝나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의료대란시 전세기를 태워 환자를 진료하게 하겠다는 박민수 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비꼬며) 전세기는 어디다가 두고 후진국 의사를 수입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너희들이 먼저 항복하지 않으면 나는 무슨 짓이든지 할 거야라며 투정을 부리는 초등생을 보는 듯하다. 전공의 1만2000명의 사직을 촉발시킨 후 3000명의 중국면허 의사를 수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여기서 중국 의사 3000명설은 지난달 25일 박민수 차관이 중국과 보건의료 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모 매체의 기사에서 '중국의사 데려오려고 하나'라는 내용이 담긴 것을 언급한 것이다. 

    정진행 서울의대 병리학교실 교수(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1기 위원장) 역시 "글로벌 대한민국이 의료현장에도 적용되려나 본다"며 "해외의대 졸업생이 국내의사면허 합격률 33%라던데 이 기회에 불합격자들 대거 들어오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알권리를 위해 해외의사 고용한 병원이 의사 정보 및 명단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여한솔 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어떤 정신나간 외국 의사들이 자국 의사들을 겁박하고 쓰레기로 만들어버려서 범죄자 취급하는 나라에 들어와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