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익스텐시아 AI 기반 염증·자가면역 신약, '1조5천억' 계약 잭팟美·홍콩 스타트업 등 AI 신약 임상 중… 최종 승인은 아직임상 효과 없을 수 있어… WHO "성급한 AI, 환자 해칠 수도"
  • ▲ 분자형태ⓒUCSF
    ▲ 분자형태ⓒUCSF
    카카오와 LG가 인공지능(AI)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면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에선 AI 신약으로 ‘조 단위’ 계약을 체결하는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임상 효과가 없는 실패 사례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신약 시장이 태동기인 만큼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등에 따르면 미국·영국·홍콩을 중심으로 주요 스타트업들이 AI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개발된 신약 중 86%가 임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정도로 성공률이 낮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들이 AI를 신약 개발에 적용해 성공률은 높이되 시간과 비용은 낮추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익센티아(Exscientia)’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AI를 활용해 염증·자가면역 신약후보 ‘EXS4318’을 개발한 익센티아는 2021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과 최대 12억달러(1조5000억원)에 달하는 협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AI 신약은 최근 제2차 임상시험까지 이뤄질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홍콩 스타트업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에 따르면 회사의 신약후보 INS018_055는 지난달 미국과 중국에서 제2차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환자에게 투약을 시작했다. 해당 신약은 폐가 섬유화돼 수년 내 사망에 이르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AI 신약후보 발굴에 대한 제3자 투자는 2020년 24억달러에서 2021년 말 52억달러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AI 신약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LG는 지난 19일 신약 개발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공개했다. 카카오도 같은 날 날 단백질 구조 예측 프레임워크 ‘솔벤트’를 공개했다. 

    다만, 임상을 완료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AI 신약도 있다. 미국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에 따르면 회사가 AI로 개발한 신약후보 BEN2293은 제2차 임상시험의 첫 단계인 2a 단계를 완료해 안전성을 입증했으나 목표했던 가려움증·염증 감소 효과를 내지 못했다. 베네볼런트AI는 2a 임상시험 실패 발표 한 달 뒤인 지난 5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력 절반에 해당하는 180명을 해고했다. AI를 도입했음에도 신약 개발이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전문가들 역시 성급한 AI 도입을 경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성명을 통해 “증명되지 않은 시스템을 성급하게 도입할 시 의료인들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자에 해를 끼치고, AI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해당 기술들의 잠재적 혜택과 쓰임새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