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산은, 당근책 잇띠라후순위채 떠안고 향후 2대주주案 까지5000억 추가부담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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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가 '꽃놀이패'를 쥔 모습이다.

    우협 대상자지만 구속력없다며 짐짓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자 산업은행 측이 잇따른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2000억대로 점치던 구주 가격은 어느새 1000억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후순위채를 떠안는 것은 물론 매각후에도 2대주주로 남아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겠다는 파격조건까지 등장하고 있다.

    통상 기업 M&A 과정에선 매도자와 매수자가 '밀당'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딜에선 하나금융이 확실한 주도권을 쥔 셈이다.

    KDB생명 인수 후에도 최소 5000억 이상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보니, 하나금융 내외부에선 인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뛰어든 올해가 매각 적기라고 보고 있는 산업은행은 여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투입 가능한 유‧무형 자원을 총동원하는 등 딜 성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달 초부터 KDB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기간은 총 6주.

    이르면 내달 중순경 인수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달 13일 하나금융을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지분 92.73%다.

    시장에선 해당 지분의 가치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봤는데, 하나금융은 이 지분을 1000억원 수준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5000억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한 마당에 구주를 2000억원이나 주고 매입할 수는 없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논리다. 지난 5년간 매각 실패를 거듭해 온 산은 입장에선 하나금융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산은이 KDB생명의 2대 주주로 남아 경영 정상화를 돕는 방안도 하나의 당근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산은이 딜 종료 이후 추가 증자를 통해 KDB생명 지분을 일부 다시 확보하는 방식이다. 

    앞서 KDB생명은 142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내달 콜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하는 22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대응하기 위함이라지만, 시장에선 산은 측이 매각 성사를 위해 KDB생명의 건전성 제고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밖에도 산은은 지난 5월 KDB생명이 발행한 215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했고, 6월엔 후순위채 9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에 나서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산은의 이러한 파격적인 지원책에도 하나금융은 인수 여부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당장 지주 내부에서 KDB생명 인수의 실익이 불분명하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거세고, 결국 사외이사들이 다수인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해도 비은행 강화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자금부담이 너무 커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KDB생명보다 우량 매물로 여겨지는 동양생명 및 ABL생명이 패키지 형태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어, 하나금융 입장에선 이번 딜이 성사되지 않아도 크게 아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