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청산 관련 LP들과 논의…청산 후 산은 자회사로 편입說연이은 매각작업에 점포-직원 수 감소로 영업기반 '흔들'…순익 '반토막'산은 자금 수혈에도 건전성 지표 여전히 우려…보험 매물도 적체돼 '부정적'"잇단 인수 불발에 인수 매력도 저하…1~2년 고강도 구조조정 뒤 재매각 유력"
  • ▲ 서울 용산구 소재 KDB생명 본사. ⓒKDB생명
    ▲ 서울 용산구 소재 KDB생명 본사. ⓒKDB생명
    KDB산업은행이 여섯 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진행한 매각작업은 잠정 중단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매각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KDB생명의 매각 작업이 실패한 원인을 반성한 결과 매물로서의 매력을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분 95.6%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의 청산과 관련, 다른 펀드 출자자(LP)인 국민연금, 코리안리 등에 의사를 타진 중이다. 이 펀드는 2010년 산은이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할 때 조성한 것이다.

    산은은 내년에 사모펀드 만기(2025년 2월)가 도래하는 만큼 펀드 처리방안에 대해 LP들과 논의 중이다. LP들은 사모펀드 청산에 대해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LP들로부터 청산 동의 여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칸서스자산운용의 경우 산은과 큰 틀에서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LP들도 당장 KDB생명을 매각하더라도 제값을 받고 팔기가 쉽지 않고 조성 15년차를 맞은 펀드를 더 이상 연장하기 어려운 만큼 펀드 청산에 동의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산은이 자회사 편입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잇단 매각 실패에 따라 KDB생명의 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재매각을 서두르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내년에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도 여러 방안 중 하나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 ▲ KDB생명. 사진=정상윤 기자
    ▲ KDB생명. 사진=정상윤 기자
    앞서 산은은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가 실사 후 인수를 포기했다. 올 초에는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10년간 여섯 번에 걸쳐 매각작업이 잇달아 실패했다. 

    실제 KDB생명의 매각이 쉽지 않은 것은 취약한 수익성과 저하된 재무건전성이 지적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2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483억원에 비해 50.5% 감소했다. 새 회계기준 적용으로 다수의 보험사 실적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오히려 순이익이 반토막난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매각시도로 영업력이 약화하면서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KDB생명은 금호생명 인수 후 영업점포를 꾸준히 줄였다. 산은의 증자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KDB생명의 영업점포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평균 159곳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70개 점포만 남았다.

    임직원 수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8년간 평균 808명의 임직원이 근무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603명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몸값을 낮추기 위해 단행한 희망퇴직으로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8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의 원천인 영업점포 수와 임직원 수를 줄이면서 현금창출능력이 저하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계약 건수는 모두 5만9019건으로, 전년동기 5만6740건에 비해 소폭 증가세(4.01%)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5년간(2018~2022년) 연평균 33만건의 신계약을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초회보험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초회보험료는 144억원으로, 전년동기 206억원에 비해 30.1% 줄어들었다. 4분기 실적을 고려하더라도 직전 3년(2020~2022년) 평균 초회보험료가 2936억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자금수혈에도 개선 안 된 건전성 지표…추가 하락 우려까지

    수익성뿐만 아니라 건전성 지표 또한 나빠졌다.

    그동안 KDB생명은 지급여력비율(K-ICS)과 관련, 금융당국 권고수치인 150%를 넘기기 위해 자본 확충작업에 힘써왔다.

    지난해 8월에는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도 발행했다.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에서 3000억원의 유증을 통해 2대 주주로 남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K-ICS은 개선이 쉽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K-ICS는 134%다. IFRS17 회계제도 하에서 KDB생명은 1분기 101%, 2분기 140%로 생보업게에서 유일하게 금융당국 권고수치를 단 한 번도 넘기지 못했을뿐더러 생보업계 평균 224%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K-ICS가 권고치를 밑돌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점검을 받게 된다.

    게다가 올해도 KDB생명은 보유한 후순위채 990억원, 1200억원이 각각 6월과 10월에 조기상환 만기가 돌아온다. KDB생명 자체 재무여력으론 조기상환 자금 2000여억원을 조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상환하더라도 가용자본이 감소해 K-ICS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M&A시장에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 보험사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ABL, MG손해보험 등 가격경쟁력을 갖춘 소형 보험사들도 시장에서 거론되면서 KDB생명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양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금융지주가 인수를 포기하고 나가면서 인수 매력도가 더 떨어지게 됐다"며 "재추진에 나서기보다는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