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다섯번째 무산MG손보 2번째 유찰高몸값 논란 롯데손보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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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실사 작업을 진행한 지 3개월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MG손해보험의 매각 입찰이 무산된 데 이어 하나금융그룹도 KDB생명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보험사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는 모습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전날 KDB산업은행에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7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실사 작업을 진행한 지 3개월 만이다.

    인수를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매각가를 2000억원 수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KDB생명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추가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KDB생명 인수는 우리 회사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에 부합하지 않아 이를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비은행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KDB생명 인수로 보험시장에서의 외형 성장을 시도했던 하나금융지주는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경과조치를 적용한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140.7%다. 경과조치 전에도 67.5%에 불과해 보험업법상 기준(100%)에 미치지 못했지만,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금감원 권고치(150%) 기준에 미달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의미하는 지표로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부족한 건전성 확충을 위해 최대 3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산업은행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 2020년, 2023년 총 다섯 번에 걸쳐 공개 매각 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무산됐다. 
     
    앞서 이달 초 진행됐던 MG손해보험의 매각도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장시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원매자는 한 곳으로 국가계약법상 복수의 원매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되기 때문에 매각 작업이 재차 무산됐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월에도 MG손보 매각을 추진했지만, 예비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것에 이어 두 번째 실패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사법리스크가 거론된다.

    MG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두고 법적 분쟁이 벌어진 바 있다. JC파트너스는 부실 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 1심 패소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고 예보의 입찰 절차를 중단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법리스크가 입찰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재 보험사 M&A 시장에는 KDB생명, MG손해보험 외에도 동양생명,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국내 보험사가 총 19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25%에 달하는 회사가 매각을 고려중인 것으로 사실상 '큰 장'이 선 것이다.  

    다만 KDB생명, MG손보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보험사를 바라보는 M&A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처음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실적 부풀리기에 이어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최근 JP모건을 단독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지분 77%로 희망 매각가는 최대 약 3조원으로 알려졌는데 시장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본다.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이 도입된 이후 아직 회계상 정리가 잘 되지 않은 이유도 있고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면서 "아울러 보험 업계 자체가 레드오션으로 인수 이후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