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자산운용, 23일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서한 발송현대엘리 지분 2%대 불과…단순 주가 띄우기로 해석쉰들러 지분은 13.94%까지 축소…양측 연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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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그룹이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의 주주서한을 계기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쉰들러와의 갈등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불거진 이슈여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KCGI자산운용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2% 이상 보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KCGI자산운용이 강성부펀드(KCGI)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후 첫 행동주의 타깃이 된 모양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2%대 보유 중으로, 향후 다른 기업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KGCI는 과거 한진칼 이어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와도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입한 이후 오너와 경영진의 이사회 이사 사임, 경영진의 합리적 보수 구조 확립, 지배구조 개선 등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오너와 경영진을 압박한 바 있다.

    KCGI자산운용이 이번에는 현 회장의 과다 연봉 수령, 이해관계 상충, 과도한 겸직 등을 문제 삼아 현대그룹을 겨냥하고 나섰다. 다만 KCGI자산운용의 현대그룹 지분율이 2%대로 작은 점에 비춰 과거와 같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KCGI자산운용이 이슈 몰이로 주가 부양을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주주서한이 발송된 23일 전일보다 5.12%(2400원) 오른 4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만400원가지 급등하며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종가 기준 5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9월 27일(5만300원)이 마지막이다.

    앞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섰던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 쉰들러의 움직임도 관심사로 지목된다. KCGI자산운용은 주주서한 말미에 “제안에 대한 실행방안을 위해 최대주주, 쉰들러홀딩스, 소액주주간 의견교환을 기대한다”며 쉰들러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 개인회사인 현대홀딩스컴퍼니(옛 현대네트워크) 등 특수관계인이 27.8%를 보유해 최대주주며 쉰들러가 2대주주 자리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다만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을 지난 6월 기존 16.49%에서 15.95%로 줄인 이후 하반기 들어서도 주식을 꾸준히 매도해 현재 13.94%까지 지분율이 축소했다.

    쉰들러 측은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0% 이상을 지속 유지할 것이며, 계속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로서 남을 것이다.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회사 가치와 주주들의 이익을 또 다시 훼손하지 않는지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쉰들러는 ‘투자금 회수’를 지분 매각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현 회장 측 지분 보유가치가 낮아지면 주식담보대출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고, 이때 쉰들러가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

    현재로선 KCGI자산운용의 주가 부양과 쉰들러의 주가 하락 전략 등 양측의 이해관계는 상충한다. 쉰들러가 과거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고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양측의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KCGI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서한을 받아 내부적으로 충실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그룹의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개선 방향을 검토 중이며, 이후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