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노동개혁 속도…政, 노조 예산 삭감·실태조사勞 "노조 공격용 행정…노조 불법 부풀리고 불법노조 수 늘리기 몰두"7월 노조 총파업 등 국민 피해 우려…경영계 "경기 회복 목표 함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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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인 '노동개혁'에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노정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노동계는 총파업과 결의대회 등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 강경한 기조로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으로 갈등이 더욱 심화할수록 곳곳에서 파업이 확산하는 등 다수의 충돌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정부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3일에 걸쳐 노동조합과 관련한 운영 현황을 공개했다. 28일에는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유노조 사업장 521개소를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근면)와 노조 운영비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3일에는 해당 521개소 중 480개소를 특정해 근면제도 운영 현황 등을 포함해 실태조사한 결과를 각각 내놨다.두 개의 조사 결과에서는 노조들의 비리가 다수 확인됐다. 사용자에게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 대와 현금 수억 원 등 노조 운영비를 받은 노조에 더해 노조 사무실 직원의 급여까지 지급받은 노조도 있었다. 근면제도 위반과 관련해서는 면제 한도(인원·시간)를 초과해 운영하는 곳이 63개소(1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면제자에게만 특별수당을 지급한 곳은 37개소(7.7%)였다.노조들의 이 같은 행태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회계 공시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돼 버렸다. 정부의 취지는 노조 스스로 투명성을 담보해 불법행위를 막자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노조가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입법예고했다. 노조가 연간 수령하는 세액공제 혜택 규모는 400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근면제도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며 "정부는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히 대응해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정부는 이런 실태조사 외에도 노조 예산을 손보는 등 개혁 과제들을 본궤도에 올리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부처 예산안에서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노조 국고보조금 지원을 전면 폐지했다. 해당 예산은 올해 44억 원이 배정됐지만 내년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 실업급여와 두루누리 사회보험 예산 삭감 등도 시행했다.노조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6월 노조법을 입법예고했을 당시에도 "노조만을 집중 저격한 탄압"이라 반발했었던 양대노총은 두 차례에 걸친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도 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실태조사 결과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일 낸 입장문에서 "정부가 발표한 결과는 실태조사가 겨냥한 대로 노조 불법 부풀리기와 불법 논란 만들기, 현행 노조법상 허용되는 운영비 지원도 색안경 끼고 보기 등 정부의 속내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조합원 수와 근면제도만을 기준으로 위법성 여부를 예단해 불법노조 수 부풀리기에 몰두했다. 이런 '노조 공격용 행정'으로 정부가 얻을 건 노동자 권리의 후퇴"라고 주장했다.개혁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는 같은 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날 노동부는 "이번 실태조사에 대한 '사업장의 판단 기준'과 '운영비 원조' 등의 부분은 시작 전에 상세히 안내해 조사했고, 위법 소지 등의 판단 없이 법령상의 판단 기준만을 제시했다"고 밝혀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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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들의 이런 반발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노정 간의 충돌이 거셌던 올 상반기처럼 다발적인 총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강성노조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64%의 찬성을 얻어 이미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5일 종로에서 결의대회를, 6일 국회 앞을 찾아 농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이런 충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는 사실이다. 예고한 총파업에 앞서 지난달 말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했던 철도노조는 24~28일 간 총 280회의 열차를 지연시키면서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이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총파업을 강행하게 되면 더욱 큰 교통 불편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앞서 민주노총 역시 지난 7월3일부터 2주간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회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전체 파업 동참 인원은 약 40만~50만 명으로, 보건의료·사무금융·건설·공공운수 등의 산별 노조·연맹 등도 참여하면서 더욱 규모를 불렸다. 이들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에서는 교통체증이 빚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특히 악화한 수출 경제로 인해 경제 전반이 어두운 실정이자 폭우로 인해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한 상황 속에서 총파업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의 눈총을 샀다.경영계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7월의 총파업처럼 산업계 전체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조직행위는 정부가 앞서 막아야 하며, 노동계 차원에서도 자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노동개혁의 핵심인 법치주의 정신처럼 앞으로 정부는 노동계 단체 행동의 불법 여부를 엄밀히 따져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경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상황 속에서 노동계의 대규모 총파업은 각 산업에 더 큰 손실을 끼칠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자신이 요구하는 몫보다 경기 회복이란 모두의 목표를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