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간 바이오항공유 2% 혼합 시범 운항국내 SAF 생산 규제 따라 핀란드 '네스테' 제품 도입정유업계 "정부 규제에 SAF개발 구체적 방향 설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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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연료인 '바이오항공유'를 급유한 항공기가 국내 최초 하늘길에 올랐다. 다만 석유법상 국내서 생산된 SAF는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에 해외에서 공급받은 SAF를 투입했다. 이번 시범운항이 민·관 합동으로 이뤄진 만큼 향후 국내 정유업계의 SAF 생산 시기도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5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부터 3개월간 대한항공 '인천-LA' 노선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를 급유해 시범운항한다고 밝혔다. 급유사는 GS칼텍스로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의 '네스테'(NESTE)가 생산한 바이오항공유를 국내 최초로 공급 받았다.바이오항공유는 폐식용유, 생활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든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탄소배출을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 이번 시범 운항에 급유된 바이오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항공유의 2% 정도다. 정부는 3개월간 총 6차례의 시범 운영을 거쳐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내년 상반기까지 SAF의 품질기준 마련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유럽연합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SAF 혼합을 필수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까지 기존 항공유에 이른바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 운항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점차 혼합 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환경 보호를 위해 모든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를 대상으로 '바이오연료 의무 혼합제도'를 운영 중이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를 강화하는 등 SAF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SAF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TMR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항공유 시장 규모도 2021년 1억8660만달러(약 2500억원)에서 2050년 4020억달러(약 5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SAF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것이다. -
석유 이외에 원료인 폐식용류 등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법'이라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이 충분히 독자적인 SAF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전략적인 투자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만큼 사업 확대를 적극 검토 중에 있다"면서도 "아직 국내에서 SAF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탄탄하지 못해 투자만 지속할뿐 관련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100% 오픈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유업계는 일찌감치 SAF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한항공과 손잡고 2021년 6월부터 SAF 도입에 힘썼다. 올해 안에 시험 생산을 거쳐 본격적인 공급은 내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도 대한항공과 함께 SAF 실증 연구를 함께 진행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과 10월 폐기물 기반 SAF 생산기술을 가진 펄크럼과 인피니움에 각각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시험 생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오일뱅크는 SAF 시험 생산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에 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정부 역시 SAF 규제 완화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황에 이번 시범 운영이 마무리되면 정유업계의 SAF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에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를 국적 항공기에 투입, 시범 운항해 얻은 데이터로 향후 관련 법․제도를 조속히 정비할 계획이다"며 "이와 함께 정부는 우리 업계가 친환경 바이오연료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SAF의 급유 퍼센테이지(%)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미국·유럽 상황만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커질 수밖에 없는 필수 시장이다"며 "석유법 개정안도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는 통과될 것으로 보고 기업들의 투자 및 SAF 개발도 빨라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