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숙 의원, 제한 없는 마약류 처방권 제동… 美·英 등 국가서 시행지난 1월 입법발의, 국정감사서 집중포격 예고의협, 자율징계권 확보가 관건… 내부 자정활동 강화의사 전체로 일반화 우려… 불법유통이 심각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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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의사 10명 중 1명은 마약류 셀프처방 경험이 있으며 이를 불법유통의 통로로 악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처방권이라는 무기를 가진 것이 독이 된 셈이다. 

    최근 마약류 셀프처방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번져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상황인데다가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가 깨지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안은 2개로 좁혀진다. 국회 차원서 셀프처방제한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 추진과 의료계 중심의 자율징계권 도입이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이라는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각기 다른 셈법을 갖고 있어 추후 갈등이 예상된다.

    ◆ 국감 쟁점될 '셀프처방금지법' 

    간호사 출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마약류 셀프처방금지법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또는 제공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의사가 관련 약물에 대한 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셀프처방이 불법이 아니지만 미국의 대다수 주,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을 비롯해 호주, 영국 등에서는 이러한 셀프처방를 금지하고 있다. 

    입법발의 당시에는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반대의견을 내는 등 난항이 예고됐지만 마약류 불법유통 문제가 확산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연숙 의원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극소수의 일부 의료기관을 제외하곤 의사가 마약류를 처방하는데 제한이 없다"며 "국민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 더 이상 양심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셀프처방에 대한 문제를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라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해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립대학병원 23곳 중 61%에 해당하는 14곳이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을 제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셀프처방 전산 감시 시스템을 갖춘 곳은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빛고을전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전남대치과병원 ▲전북대치과병원 등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셀프처방 제한을 규정으로 담은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했다. 

    ◆ 자정활동이 우선, 의사협회 중심 '자율징계권'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마약류 불법유통 등 의료법을 위반한 의사들에 대한 고강도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율징계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셀프처방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마약류 불법유통 등 문제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이 영역에 있어 제 식구 감싸기는 있을 수 없고 오히려 엄중 대응을 하자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의협은 허위로 수술을 한 것처럼 꾸민 뒤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빼돌려 유통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일부 의사들의 사건과 관련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심의를 부의하고 고발장을 지난 6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김 대변인은 "더 이상 일부 의사의 일탈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회 차원서 자율징계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의협은 의사면허관리원을 설치해 의료법 행위를 한 소속 회원들에게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모델은 대한변호사협회다. 변협은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 등록과 등록 거부, 징계 등에 대한 법적 권한을 갖는다.

    현재 의협이 내릴 수 있는 징계는 고발이나 행정처분 의뢰, 3년 이하 회원 권리 정지, 5000만원 이하 위반금 부과, 경고 및 시정지시 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의사 회원이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징계권이 확보된다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소요되는 기간과 달리 초동 대응이 가능해지고 의료계 내부 자정활동도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셀프처방금지법은 실효적 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모든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 우려가 있는 위험약은 아니며 의사 본인과 가족의 치료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의사 진료와 처방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한 원로는 "일부 일탈의 문제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며 "그 일부를 대상으로 엄중한 처벌을 내리되 이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이 본인이나 가족의 질환에 대한 처방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분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약류 셀프처방을 범법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유통 등 범법을 저지른 의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