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GA 18개사 집단행동거액 스카우트 비용에… 수백명씩 이동고아계약-불완전판매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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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보험업계에 법인보험대리점(GA)을 내세워 판매 채널을 분리하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열풍이 불면서 설계사 쟁탈전(戰)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일부 보험사를 상대로 대형 GA들이 합심해 판매중단까지 벌이는 사태까지 번지고 있다.

    다만 과도한 설계사 모집 경쟁이 결국 설계사 정착률을 낮춰 고아계약이나 불완전판매 등 고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GA 18개사는 최근 모임을 갖고 다음달 1일부터 한화생명 보험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한화생명 상품 시책을 상품 판매일로부터 최소 1년 후에 지급하고 상품 교육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시책은 일종의 보험상품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로서, GA 설계사에게는 월급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1년 후 시책 지급 조치는 상품 판매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상품교육 중단 조치 역시 강력한 제재라는 평가다. 신상품이나 개정된 상품을 GA 채널에서 판매하기 위해선 상품교육이 필수인데 교육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보험사 상품 실적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형 GA들이 이처럼 불매운동에 나선 까닭은 한화생명의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최근 고액 스카우트비를 제시하며 설계사를 모집하고 있어서다. 이는 고액 스카우트 행위를 금지하는 GA 자율협약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AIA생명의 자회사형 GA인 'AIA프리미어파트너스'도 최근 직전 연봉의 최대 200% 수준까지 정착지원금을 제공하면서 경력직 설계사를 모집하고 있다. 정착지원금은 보험사가 경력직 설계사에게 주는 일종의 스카우트 비용이다.

    AIA프리미어파트너스는 이런 조건을 내걸어 GA 최종 승인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설계사 400여명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순익에 직결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해 보장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장성보험은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으로 설계사들이 주로 판매한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선 설계사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간 더 많은 설계사를 데려오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과열 경쟁으로 금융소비자가 승환계약·고아계약·불완전판매 등 각종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GA 설계사는 정착지원금을 받는 대신 특정 수준의 실적을 요구받게 되는데 관리하고 있던 고객의 기존 보험 계약을 해지한 후 새로운 보험사에서 다시 가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승환계약이라고 하는데 무리한 보험 리모델링으로 해지환급금 피해를 입는 고객이 많다. 설사 계약을 해지하지 않더라고 해당 GA에서 계약한 소비자들은 설계사가 사라지면서 '고아계약자'로 전락한다.

    잦은 이직으로 인한 GA설계사 정착률 하락도 문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GA설계사의 정착률(13회차)은 2016년 70.3%에서 2021년 51.6%로 크게 낮아졌다. GA설계사 2명 중 1명은 계약 체결 후 1년 이내 다른 곳으로 이직하거나 퇴사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 평균보다 과한 정착지원금을 무리하게 앞세우거나 아예 기존 GA에서 단체로 수백명의 인력을 빼가는 등의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