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3년물 4.571%3년전 1% 대비 4배 이상 급증연말 만기도래 여전채 26조해외차입 등 조달창구 다변화 시급
  • ▲ ⓒ뉴시스
    ▲ ⓒ뉴시스
    [편집자주] 1980년대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동맹적 제국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화폐 정책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진입을 허락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의 경상수지는 매년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축통화 지위는 공고해졌다. 그런 미국이 변심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제국 패권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국채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위협하며 전 세계에 뿌렸던 달러를 쓸어담고 있다. 금융 체력이 여물지 못한 한국에는 작지 않은 위기다. 치열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금융사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발행 여건이 나빠지면서 어느새 4%대 중반을 넘어 5%대를 향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시대에 조달난을 겪고 있는 카드·캐피탈사들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571%로 집계됐다. 지난 3월 같은 금리가 3.804%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해 약 6개월 만에 0.7%포인트 이상 올랐다.

    만기가 도래하는 3년 전인 2020년 9월말 금리는 1% 수준이었다. 4배 이상 조달비용이 급상승한 셈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 수익성은 곧바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가 올해 상반기에 부담한 이자비용은 1조 840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1922억 원) 대비 54.3% 늘었다.

    비카드 여전사의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3조10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6%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미 국채금리 인상과 중국발 경제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금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채의 금리와 발행이 증가하면서 그나마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전체 월별 잔액은 이달 15일 기준 77조 6813억원으로 7월 말 72조 3130억원, 8월말 75조 2313억원에 이어 계속 증가추세다.

    문제는 시중자금이 은행채에 집중되면서 채권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다가오면서 은행채 발행이 늘자 자금이 은행채로 몰리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26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전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자 여전사들은 자동차 대출 유동화 채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오토론 유동화 발행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7% 증가한 1조 4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가 지난 6월 3000억 원 규모의 신용카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등 카드사들은 매출채권 유동화에도 적극적이다.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던 상품군의 단종은 물론 무이자 할부 혜택 등 비용 줄이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신업계에서는 해외 차입 등 카드사 자금 조달 경로의 다변화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외화 차입을 제한하는 행정지도를 없앴지만 현행법상 외화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선 기획재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공급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채권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해외차입 등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된다면 여러가지 비교를 통해 회사 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를 선택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