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만기 속속79개 저축은행 3조8968억수익·유동·건전성 '비상등'"기준금리 연동한 최고금리 손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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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1980년대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동맹적 제국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화폐 정책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진입을 허락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의 경상수지는 매년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축통화 지위는 공고해졌다. 그런 미국이 변심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제국 패권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국채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위협하며 전 세계에 뿌렸던 달러를 쓸어담고 있다. 금융 체력이 여물지 못한 한국에는 작지 않은 위기다. 치열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금융사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1년 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치솟았던 연 5% 이상의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온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은행과 예금금리 경쟁에 나서면서 최고 6%대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1년내 돌려줘야 하는 저축은행 고금리 정기예금만 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시 지난해 말처럼 채권금리가 치솟으며 불안한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의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정기예금 총액은 105조84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잔존기간이 1년 이내인 예금은 총 69조5462억원으로 65.7%로 나타났다.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예금이 70조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1~2년 이내 예금 12조854억원 ▲2~3년 이내 예금 22조9361억원 ▲3년 초과 예금 1조4155억원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 1년 만기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며 예금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9월 강원도가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 사실상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이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자 채권시장 경색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금조달 방법 중 하나인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요청하면서다.

    은행채 발행이 막힌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높여 자금조달에 나서자 자금이탈을 우려한 저축은행들도 덩달아 금리인상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 당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77%에서 5.82%로 2%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서 11월까지 3개월 새 불어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113조671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에서도 3조8968억원이 늘었다.

    시장에서는 올 연말부터 고금리로 끌어들인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면 자금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고객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 채권 시장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채권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또 다시 은행들간 수신경쟁이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에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 '울며 겨자 먹기'로 예금금리를 4% 중반까지 올린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기예금의 잔액과 금리의 성장세는 지난해 9월 이후 급격히 두드러졌다"며 "1년 만기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먼저 예금 재예치를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자 저축은행들도 덩달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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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자금이탈 방지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릴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나면서 수신금리를 올릴 여력이 없는 곳이 대다수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 이자비용은 2조657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2066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 영향이다.

    이에 따라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5221억원 줄고 대손충당금은 6292억원 늘면서 저축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8956억원 흑자에서 올해 상반기 96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당장 금리를 높여 예금 고객을 재유치해도 악순환만 반복될 수 있다. 시중은행과 경쟁을 위해선 연 1~2% 이상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이자 비용 증가에 내년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고금리 규제로 대출금리를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만 올릴 수도 없다.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의 신용도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충당금 적립, 대손상각 등 리스크를 고려하면 순수 마진은 1%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 전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오르는 가운데 시장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저축은행의 유동성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면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높여 고객을 재유치하더라도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시장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실 위험만 키울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준금리에 연동한 최고금리 규제안이 필요한데 정부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