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CATL, 포드와 합작공장 설립 무산 위기美 정치권, 中 IRA 우회 논란 등 '탈중국' 가속화국내 배터리 기업, 북미 시장서 반사이익 누릴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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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포드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배터리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양 사가 추진 중이던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이 포드 측의 중단 선언으로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 1위인 CATL가 미국 시장에 좀처럼 발을 들이지 못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지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마셜에서 짓고 있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지난 2월 포드는 마셜에서 2500명 고용 규모의 공장을 중국 CATL과 함께 짓겠다고 밝혔다. CATL은 글로벌 1위 타이틀에 걸맞게 전 세계에 1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였다.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공장을 경영하면서 CATL의 기술과 장비·노동력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AP통신은 포드가 "미시간 마셜에 세우려던 배터리 공장이 경쟁력 있게 운영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공장 건설을 중단한다"며 "해당 사업 투자에 관한 최종 판단은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미국의 정치권의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합작 공장이 무산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돌연 포드가 변심하게 된 데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관이 깊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 중인 IRA은 중국이 주도하는 전기차 공급망에서 벗어나고자 '탈중국' 부품과 소재, 완성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포드는 CATL에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LFP 배터리를 생산하려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기서 발생한 보조금 일부는 로열티로 CATL에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미 미 하원 세입위원회와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IRA 취지에 어긋난다'며 양 사의 합작 공장 건설을 강하게 반발해왔다. 미국 내 공장을 지으려는 중국 기업은 CATL뿐만이 아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본사를 둔 궈시안(고션 하이테크)도 미시간에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의 탐탁지 않은 시선에도 고션이 대놓고 미국에 투자하려는 것은 최대 주주가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을 등에 업고 IRA 혜택을 우회적으로 받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고션도 미 의회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어 실제 공장 건설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번 사태로 CATL를 비롯해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쉽사리 발을 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은 빠르게 북미 시장 점유율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CATL가 매출액 기준 28.5%, 출하량 기준 32.7%를 기록하며 굳건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3사 중에서는 매출액 기준 LG에너지솔루션(16.2%)이 2위에 올랐으며 SK온(7.7%)과 삼성SDI(7.0%)는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 중이다. 출하량 기준으로도 LG에너지솔루션(16.5%)은 2위, SK온(7.0%)은 4위, 삼성SDI(5.1%)는 5위였다. 이들의 점유율을 합쳐도 28.6%로 CATL에 못미치는 수치지만 향후 북미 시장에서 IRA 수혜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포드 간 협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각각 포드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어 포드가 CATL과의 합작을 고심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튀르키예에서 포드, 코치와 함께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SK온도 포드와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연산 127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워싱턴 정치권의 반중 행보가 장기적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 시장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기차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꾸준한 고객사 확보와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의 긴밀한 협의가 중요하게 떠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