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호 토지매입도 완료했지만 미착공 상태사업 위해 매입한 부지만 축구장 272개 규모정부의 공공물량 확대방안 '공염불' 그칠 수도
  •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뉴데일리DB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뉴데일리DB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분양 주택사업을 위해 매입했지만, 첫 삽도 못 뜬 땅이 축구장 272개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3기신도시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이 전부 포함돼 입주 지연에 따른 사전청약 당첨자 이탈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2018~2023년 7월까지 사업승인대비 미착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업승인을 받은 11만6479호 중 43.6%에 달하는 5만799호가 미착공 상태다. 이 중 3만2121호는 토지매입까지 완료했음에도 미착공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LH가 공공분양주택 사업으로 매입한 토지는 196만㎡ 규모다. 사업승인대비 미착공 비중은 △2018년 3% △2019년 18% △2020년 42% △2021년 79% △2022년 68% △2023년 1~7월 91%로 매년 증가세에 있다.

    특히 전체 미착공 물량 3만2121호 가운데 44.7%에 해당하는 1만4361호가 3기신도시 지구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는 3기신도시 사업승인 물량 전체다. 승인 물량 가운데 인천 계양 2개 지구만 이달 착공 예정이다.

    미착공 물량의 총사업비는 3조4785억원 규모로, 해당 기금은 사업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한 채 올 들어 7월까지 이자만 30억원이 발생했다.

    이밖에도 LH가 공공분양주택 사업을 위해 기금 융자 지원을 받은 지구 가운데 △지구계획 조정 △민원 △문화재 발굴 △수요 미성숙 등으로 사업을 취소하고 토지를 매각한 곳도 있다.

    해당 지구는 2기신도시 지역인 △파주 운정3 △양주 회천 △아산 탕정 △인천 검단 등을 포함한 48개 지구로, 총 3만9376호 규모다.

    LH는 사업 취소에 따라 융자 원금 총 1조905억원과 이자 1420억원을 반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 ▲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이 때문에 정부의 주택공급 부족 대책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추석 연휴 직전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공공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3기신도시 물량 추가 확충과 신규 공공택지 물량 확대 및 후보지 발표 등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3기신도시에 해당하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지구에 이미 토지매입만 하고 공공주택은 미착공 상태에 있어 사업추진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철민 의원은 "정부가 9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조치계획'을 발표하며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를 예고했지만, 기존 물량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존 물량에 대한 착공 지연과 사업 취소 대책 마련이 먼저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공공분양 지연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를 계획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LH는 사업계획 수립시 실제 수요 예측을 정확히 하고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자세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3기신도시 입주 일정이 예정보다 1~2년씩 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 9%가량이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4일 2021~2022년 공고가 나온 3기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 1만5024명 중 8.78%에 해당하는 1320명이 당첨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애초 30만호가량을 공급하는 3기신도시 입주는 2025~2026년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지 보상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입주 시기가 밀렸다.

    여기에 최근 건설비 상승·미분양 우려에다 '철근 누락'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입주 시기가 더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부동산커뮤니티에서는 "이러다 2030년에도 입주하기 힘들듯" "이럴 거면 아파트 매수로 갈아타는 게 낫지 않겠나" 등의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하남교산 사전청약에 당첨된 윤모씨(35)는 "당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를 보고 사전청약을 넣었는데 현재 집값이 많이 하락해 메리트가 떨어졌다"며 "그냥 본청약을 포기하고 아파트 매수를 알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