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로 한계본인가 교보생명, KB손보, 신한라이프 3곳뿐"비용 많이 들고 아직 뚜렷한 실적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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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교보생명이 고객들을 위해 '보험금 일괄 청구 서비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교보생명뿐 아니라 37개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금을 손쉽게 신청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보험금을 신청하려면 회사마다 청구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서류를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교보생명에 가입한 고객들은 컴퓨터나 모바일에서 '보험금 청구하기' 메뉴에서 기본적인 정보만 입력한 후 보험사를 선택하면 이후에는 제휴 업체가 절차를 대행해 줍니다.
무엇보다 보험상품은 한 군데서만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유불리를 따져 여러 군데서 가입하는 만큼 보험사별로 보험금을 신청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아보입니다. 만약 보험사 선택 과정이 번거롭다면 교보 '마이데이터'에 가입해 보험상품 정보를 한눈에 통합 조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진 건 마이데이터가 있기 때문이죠. 본인신용정보관리라 불리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모아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자산·신용관리 서비스를 말합니다.
특히 금융 마이데이터는 2020년 8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론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시중은행과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 시장을 주도해 왔구요.
개인의 동의만 있으면 다른 금융기관 이용자 정보까지 자사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어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시장 분석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솔직히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타사 고객을 빼오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이나 카드사, 증권사 등이 앱을 통해 '마이데이터 최조 가입시 스타벅스 제공' 등과 같은 판촉활동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아직은 금융자산 통합 조회, 맞춤형 투자상품 추천 정도의 서비스밖에 활용할 수 없다보니 커피쿠폰 받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하지만 유독 보험사들은 별로 적극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지난해 2월 가장 먼저 교보생명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4월 KB손해보험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신한라이프가 세 번째로 서비스에 나섰지만 별다른 영향력이 없어 보입니다.
최근엔 NH농협생명이 금융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한 지 약 2년 5개월 만에 예비인가를 획득했고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9월 본허가 신청 후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정도입니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50개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지요.
그렇다면 보험사들은 타사 고객을 뺏어올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와 관련한 정보가 꽉 막혀 있다는 겁니다.
보험사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환자 질병 정보를 공유받아야 이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더욱 개인화한 다양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아직은 개인정보보호나 의료업계와의 이해관계 탓에 질병 정보를 알 수 없는 것이 한계라고 하소연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얻을 실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관심도는 도입 초기인 2021년 14.1%에서 지난해 11.5%로 떨어진 후 올해는 8.6%에 불과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과 금융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선 마이데이터 사업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아직까지 보험영업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보니 마이데이터 사업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