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0조→11조 수직하락… 2만원대 횡보주담대 늘려 이익개선… 잔액 20조 돌파 눈앞가계대출 규제 제동… 상생금융 압박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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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2년 전만 해도 시가총액 40조원을 돌파하며 금융 대장주에 등극했던 카카오뱅크가 1년 가까이 2만원대 주가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 기간 시가총액도 내려 앉아 11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코로나 시기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측면의 장점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으나,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70% 넘게 빠졌다.

    이러한 카카오뱅크 주가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시중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수요를 대거 빨아들이며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고, 올 상반기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에 증권가의 주가 전망도 한층 나아졌다.

    하지만 주담대 영업이 '중‧저신용대출 공급'이라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불안요소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낮추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영업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피(KOSPI)에 상장돼 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13일 종가 기준 2만 3250원이다. 시총은 11조원을 살짝 넘는 수준으로 2021년 8월 상장 당시 공모가(3만 9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초창기만 해도 시가총액 4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금융 대장주 지위에 올랐으나, 꾸준히 주가가 하락하며 약 5개월여 만인 작년 1월 기존 대장주였던 KB금융에 시총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그 이후로도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 등 악재가 겹쳐 작년 10월엔 공모가의 절반 밑인 1만 5850원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최저점을 찍은 뒤 즉각 반등해 2만원대 후반까지 회복했고, 1년 가까이 2만~3만원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고점에 물려 시름하는 카카오뱅크 주주들에게 한줄기 빛처럼 내려온 것이 바로 주담대다. 대환대출 수요를 중심으로 주담대가 대폭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고, 증권가의 주가 전망도 2만 9000원에서 3만원 초반대까지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2020년 상반기 3조 270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7조 3223억원으로 3년간 430%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조 4649억원에서 14조 1584억원으로 고작 13.6% 증가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주담대는 올해부터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올해 초 13조 3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19조 8700억원까지 늘어 20조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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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담대 성장의 결과로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48.5% 상승한 1838억원 순익을 거둬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아울러 총이자수익에서 주담대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달해 작년 동기(24.4%)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이러한 주담대 영업 드라이브가 지속 가능할지 여부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에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언제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비율 목표치는 각각 30%, 32%, 44% 등이지만 세 은행 모두 목표치에 각각 1.6%p, 6.7%p, 8.4%p 미달 상태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월간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9조 8000억원을 기록해 한은이 관련 통계를 산출한 이래 최대 규모다.  

    실제로 지난 8월 금융당국은 유관기관들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인터넷은행들의 비대면 주담대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와 연체율 관리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들의 손쉬운 '이자 장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병덕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이자수익 규모는 1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당국에서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금리 인하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인터넷은행이 이자이익을 얻는 데 혈안이며, 이를 국정감사 기간 동안 꼬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