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공동대출에 5조원 실탄 투입, 은행권에 추가 부담 은행, 상생금융 동원‧ELS 배상 등으로 순익구조 악화에 난색반면 건전성 분류 상향과 임직원 면책에 대해선 긍정 평가
-
금융당국이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종합 대책을 내놓자 금융권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분위기다.금융사들은 PF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수조원의 실탄을 공급해야하는 추가 부담에 난색을 보인다. 반면 부실사업장에 새로운 자금을 지원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전날 발표한 부동산 PF 사업장 연착륙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먼저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금융사 스스로 체계적인 재구조화‧정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신속한 경·공매를 추진한다.반면 살릴 수 있는 곳은 과감하게 신규 자금을 지원해 숨통을 열어줄 계획이다.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PF 사업장의 90~95%가량을 정상 사업장으로 판단했다. 전체 사업장 중 5~10%가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된다는 의미로 금액으로 따지면 최대 23조원 수준이다.특히 이번 방안에는 은행‧보험권이 PF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으로 최대 5조원 규모의 뉴머니인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금융권은 자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집행하는 캐피탈콜 방식을 활용해 부동산 PF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정상 사업장에 돈이 순환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다.PF 뒷수습에 금융사의 동참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금융사들은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최근 상생금융 동원과 대규모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 등으로 지출 요인들이 많은 상황인데 수조원에 달하는 PF 구조조정 자금까지 부담할 경우 건전성과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하반기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와 지속적인 상생금융, 금융당국의 ELS 관련 과징금까지 겹치면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실제 홍콩 H지수 ELS의 총 판매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8000억원으로 올해 예상 손실 금액은 5조8000억원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과징금도 물어야할 처지다.금융당국은 민간금융의 자발적인 지원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금융사 ‘팔 비틀기’로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반면 이번 PF 구조조정 방안에는 자금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포함됐다.부실화된 사업장에 금융사가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기존에는 '요주의 이하'로 건전성이 분류됐으나 한시적으로 신규 추가 자금에 대해선 '정상'으로 분류한다.PF 사업장 매각 및 신디케이트론 지원 등으로 손실이 발생 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도 범위도 확대된다.아울러 PF대출에 대한 유가증권 보유 한도 완화·영업구역 내 신용공여 한도 규제 완화(저축은행), 재구조화 목적 공동대출 취급 기준 완화(상호금융), PF 정상화 지원 등에 대한 K-ICS(위험계수) 합리화·부동산 PF 대출 전후 유동성 관리 목적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인정(보험) 등 업권별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PF 지원 금융사에 충당금을 적게 쌓을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임직원 대상 면책을 제공하는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줬다는 점에서 금융사의 적극적인 PF 구조조정 참여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사 자금이 투입된 사업장에 대한 건전성 분류를 상향하고, 금융사 임직원 면책을 해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지원받은 사업장이 본PF로 잘 전환되면 건전성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PF 구조조정 참여에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사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준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현재는 계획 발표 단계이고 은행에서는 각 사업장의 사업성을 판단해서 참여 여부를 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말하기엔 이르고 실제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