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조 PF 시장 중 10% 부실 우려…경‧공매 물량 7조 예상PF 사업장 평가 구체화, 부실 사업장 퇴출 속도…금융, 5조 투입
  • ▲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금융위
    ▲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금융위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당국이 부실을 솎아내는 기준을 구체화하고, 회생 가능 사업장에는 뉴머니를 공급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종전의 부실 이연이라는 ‘관대’한 관점에서 구조조정 추진이라는 ‘엄정함’으로 기조를 바꾸면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PF 사업성 평가기준을 강화해 사업성이 낮은 곳은 과감하게 경‧공매에 내몰 예정으로 최소 23조원 규모의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전망이다 

    ◇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하반기부터 본격 경‧공매 나올 듯

    금융당국은 살릴 수 있는 곳은 과감하게 회생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사업장에는 필요한 자금을 차질없이 신속하게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비주택 PF 사업장에 대한 건설공제조합의 PF 사업자보증 프로그램(4조원)을 신설했다. 

    공사비용 등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한 본PF 단계 사업장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PF 자금 공급 과정에서 시행사·건설사에게 매겨진 과도한 수수료 체계도 손질했다.

    사업성이 떨어진 곳은 금융사 스스로 체계적인 재구조화‧정리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했다.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으로 사업장 등급은 현행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확대된다.

    현재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반면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은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인 75% 수준으로 적립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전체 사업장 중 90∼95%가 정상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중 약 2∼3%가 경·공매가 필요한 '부실우려'로, 3∼7%가 재구조화·자율매각이 필요한 '유의'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가 23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최대 7조원 규모가 경·공매로 나오는 셈이다. 재구조화까지 포함한 구조조정 물량 규모는 총 23조원에 이를 수 있다.

    금융사들은 내달부터 이같은 내용의 사업성 평가를 단행하고 금감원은 오는 7월 이를 점검한다. 이에 따라 9월부터는 시장에 구조조정 매물이 순차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공매에서 물량을 소화한 이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매물에 대해서는 자체 업권별 펀드, 은행·보험업권의 신디케이트론(최대 5조원) 등을 통해 정리될 예정이다. 

    PF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캠코 펀드(1조1000억원)에서 받친다. 

    금융당국은 이번 PF 관리 방향에 대해 “그간 PF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급격한 자금공급 위축과 일부 금융회사‧건설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PF시장 안정화를 위한 민간‧공공의 공동노력을 통해 향후 연착륙 과정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는 상황과 체력, 그리고 정책수단이 이제는 충분히 갖춰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금융사 팔비틀기 우려… PF 연착륙 성공할까

    금융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에 대해 민간‧공공의 노력으로 옥석가리기가 가능해졌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고금리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PF 관련 대책이 시장 회복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PF 사업장의 90~95%가량을 정상 사업장으로 판단했다. 전체 사업장 중 5~10%가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된다는 의미로 금액으로 따지면 최대 23조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뉴머니 투입 등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시 2금융 등 금융사 부실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방안에는 은행‧보험권이 PF 구조조정 실탄으로 최대 5조원 규모의 뉴머니인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권은 자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집행하는 캐피탈콜 방식을 활용해 부동산 PF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정상 사업장에 돈이 순환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구체적 부실 수치는 밝히지 않으면서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은 금융사들이 감내할만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금융권이 그간 쌓은 충당금 적립 총액이 100조가량 되는데,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그에 비해 굉장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스스로 체계적인 재구조화‧정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부실사업장 처리 책임을 금융권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무조건 손실을 보면서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라는 게 아니라 금융사 내부 이사회를 거쳐 합리적인 대상에만 재구조화를 하라는 것"이라며 "은행과 보험은 상대적으로 건설사보다 여력도 있고 수익도 내고 있는 측면이 있어 이런 부분만큼 책임있게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사업성평가를 최종적으로 지도할 경우 당국이 직접 옥석가리기 권한을 갖게되는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 사무처장은 “평가등급의 적정성 부분은 금감원 검사국에서 점검할 텐데 검사역과 해당 금융회사 간의 충분한 디베이트를 거쳐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등급이 결정될 것 같다”면서 “해당 등급에 따른 건전성 분리나 충당금 적립은 지금 현재도 저희가 결선 검사라든지 결선을 통해서 점검하고 있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 공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