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리 17.50%에 묶여역마진 우려에 취급 꺼려… 15곳 아예 중단대출 건수 34만→22만건 급감신용점수 600점 이하 사실상 접근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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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의 주력 대출상품인 중금리대출이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높은 조달금리 문제와 함께 법정최고금리 규제로 인해 더 이상 이익이 나지 않고 있어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의 급전마련 창구로 여겨지던 저축은행의 실적악화는 물론 대출 문턱마저 높아지면서 서민들은 점점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3조343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조1317억원과 비교해 반토막으로 줄었다.

    대출 건수도 같은 기간 33만9332건에서 22만2962건으로 감소했다. 건당 대출 금액도 1807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수도 1년 새 35곳에서 30곳으로 줄어들었다. 이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민간중금리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곳은 6곳에서 15곳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중금리 대출은 중·저신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상품으로,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지원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현재 17.5%의 금리상한을 적용받고 있다.

    과거 중금리 대출상품은 저축은행의 '효자' 상품이었다. 대표적으로 2015년 말 SBI저축은행이 '사이다'라는 이름의 중금리 대출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 상품은 신용등급 1~6등급을 대상으로 연 6.9~13.5% 금리를 제공했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우량고객이나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들까지도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보니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업계 1위 자리를 견고히 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OK저축은행의 'OK스파이크론'을 비롯해 JT친애저축은행 '와우론', 웰컴저축은행 '텐텐대출', JT저축은행 '파라솔', KB저축은행 'KB착한대출' 등 연 15% 안팎의 중금리 대출이 잇따라 출시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법정최고금리가 27.9%였기 때문에 15%가 중금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고금리는 2018년 24%로 낮아졌고 2021년에는 20%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연 15% 이상 대출 상품은 고금리로 취급되고 있다.

    현재 중금리 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높은 조달금리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5.82%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금리가 다소 내려가면서 안정세를 보였지만 또다시 수신경쟁이 심화되면서 최근 4.6%를 넘어섰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자금조달 창구가 예·적금으로 한정된 탓에 수신금리가 높아지면 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조달비용이 늘어난 만큼 이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있다면 수익성에 문제가 없지만 법정최고금리가 20%, 민간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이 17.5% 등으로 제한된 탓에 중금리대출을 취급할수록 역마진 우려가 나온다.

    결국 중금리대출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채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고 있다.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체에서마저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들이 연말에 다가오는 예금 상품의 만기에 대비해 수신고 확보에 나서면서 업권 전반의 예금금리가 다시 오르는 추세"라며 "중금리대출 취급이 다시 활발해지려면 수신금리가 낮아져야 하는데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