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주기에 디시인사이드 등 혐오표현 속출 전문가 "죄책감이나 책임감 전혀 느끼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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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1년이 지난 가운데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혐오표현이 번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1일 기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이태원 참사를 '압력절' '호떡절' 등으로 부르며 조롱하는 글이 다수 검색됐다.한 네티즌은 "압력절이라는 말이 웃기다"며 "앞으로 핼러윈과 가장 가까운 토요일을 압력절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적었다.또 다른 네티즌도 "호떡절이 제일 역겨운건 뭔지 아냐"며 "추모 강요하면서 핼러윈을 아예 없는 날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행사나 이벤트라도 하면 아주 이를 악물고 좌파랑 유족들이 나서 핼러윈 때 내수활성을 막으려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이 외에도 "내일은 호떡절 기념 호떡을 만들 것" "호떡절 기념 고향명물 호떡 소개"라는 글도 올라왔다.이는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158명이 사망한 압사 사고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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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포털사이트 댓글 서비스 중단 뿐이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지난달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주기 시민 추모대회에서 공동선언문을 통해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2차 가해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지만, 허술한 법망 탓에 속수무책으로 비난을 감당하고 있다.현재로선 뉴스 댓글 서비스 중단 등 포털사이트의 자체 방지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다음'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네이버도 지난달 25일 언론사에 댓글 서비스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협조를 요청했다. 네이버 뉴스는 언론사가 기사 댓글 창 제공 여부 등을 직접 선택하는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를 시행 중이다.그러나 이마저도 포털사이트 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무분별한 혐오표현은 막을 길이 없어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운영진이 혐오표현을 거르거나 자꾸 올리는 네티즌에게는 사용권을 제한하는 등 규제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곽 교수는 "온라인은 익명이기 때문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며 "호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설사 잘못됐다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다 처벌하겠나'라고 생각해 책임이 분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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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유가족 2차 피해 호소…극단 선택도실제로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고 이재현 군(16)은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다 지난해 12월 1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3일 이 군을 159번쨰 희생자로 인정했고 이태원 참사로 인한 공식 사망자수는 158명에서 159명으로 1명 늘었다.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청소년에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자극적인 게시물들에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은 그냥 보이는 대로만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생각이나 믿음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온라인에서 퍼지는 혐오를 막기 위해 포털의 검열과 이용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임 교수는 "포털이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강화하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일 것"이라며 "인터넷으로 인한 2차 가해 또는 가짜 뉴스의 대응에 대한 궁극적인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가 양극화된 상황에서 특별법이나 책임자 처벌 문제 등을 놓고 이태원 참사를 정파적인 견해로 보고 모욕하거나 공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김 교수는 "사회적으로 분열돼 있고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결과"라며 "사회적으로 타인의 고통이나 비극을 공감하거나 동정하지 않는 문화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사람들은 추모하는 분위기지만 그런 극소수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자발적인 규제가 제일 좋지만 법적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26일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는 사회재난 관련 기사에 댓글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