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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전기화의 영향으로 과거 엔진으로 구동되던 것들이 모터로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모든 것들이 전동화, 전기화되는 시대가 곧 옵니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의 말이다. 그의 말 속에선 에너지 대전환의 흐름 속 HD현대일렉트릭이 맡게 될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지난 7일 기자는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을 방문했다. 입동(立冬)을 앞두고 기온이 뚝 떨어진 서울과 달리 울산의 날씨는 맑고 포근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언론에 문을 연 공장은 수주 호황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약 1만8519평에 달하는 부지에 들어선 500kV 스마트 공장과 800kV, 400kV, 300kV 공장 총 4개 동에는 전남 해상풍력단지 물량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수주한 약 100여대의 변압기가 동시 생산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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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500kV공장은 2020년 완공된 최신 공장으로, 초고압 변압기 제조에 최적화된 스마트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공장이다.
500kV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일반 공장과 비교해 작업자의 수가 현저히 적었다. 이곳엔 초대형 변압기의 철심을 자동으로 적층-바인딩-기립시키는 철심자동적층 설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세계 최초로 도입한 설비라고 한다.
변압기 생산 공정은 크게 철심-권선-중신조립-총조립으로 나뉜다. 생산공정 이후에는 시험-해체/포장-출고/납품-SITE 설치 순으로 진행된다.
이 자동적층설비는 변압기의 품질을 좌우하는 초기공정이자 핵심 공정인 철심 조립에 쓰이는 특수 설비로, 로봇팔 역할을 하는 핸들러가 0.23mm~0.3mm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길이, 형상대로 절단하고 도면에 맞춰 절단품을 켜켜이 쌓아올려 원형 형태로 조립해 적층 공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해당 설비 사용 이전에는 4~6명의 작업자가 손으로 직접 철심을 쌓아 올렸다면 현재는 1~2명의 검사 인력만 투입할 만큼 공수가 줄었다. 또 크레인으로 철심을 세우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던 철심 손상도 설비 사용 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 공장 구축 이후 변압기 생산성 20% 향상되고 불량률 90%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에어쿠션 시스템과 무궤도 이송장치를 활용해 각 베이(Bay) 간 물류 이동 방법을 개선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주로 크레인과 중앙대차(Rail Car)를 사용해 무거운 자재와 제품을 운반했다면 과거와 비교하면 생산 대기 시간은 71% 절감됐다. 기존 크레인은 조립 작업에만 집중 사용하면서 작업 능률도 높아졌다고 한다. 또 자재를 바닥 이송 형태로 운반하게 돼 안전사고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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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공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키오스크에서 바로 볼 수 있는 3D 도면이었다.
기존 2D 설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100% 3D 설계로 전환한 이 키오스크는 단순 도면 확인뿐 아니라 생산, 조립, 설치, 팩킹 등 전 부문을 즉시 확인 가능하도록 갖춰져 있었다.
설계 일정과 설계 데이터, 도면 품질을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장 내 키오스크를 통해 이를 바로 연결해서 보니 불필요한 출력도 줄고 생산 담당자들이 정확한 설계 정보를 즉각 확인함으로써 공정 대기 시간도 줄었다.
양재철 상무는 “기존에는 제작 도면을 하드 카피본을 각 작업팀에 내려가지고 작업을 했었는데, 이제는 설계 자체를 3D로 진행하고 그 데이터들을 바로 키오스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케이블 설계가 복잡한데 케이블마다 필요한 간격들도 다른데 3D로 모델링 된 도면에서 간격과 꺾이는 방향을 확대해 볼 수 있어 품질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장 5층에 위치한 무인 통합관제센터에서는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설비와 공정 관리, 생산현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했다. 과거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생산 및 자재 관리를 ‘생산운영시스템(MES)’ 도입을 계기로 각 공정별 생산 현황과 품질검사 결과, 자재 운영현황 등 생산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 발생 시 관리자에게 모바일 알람을 보내 해당 관리자가 모바일 또는 PC로 즉시 확인과 조치가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과 유럽 변압기 시장 호황에 따른 변압기 수요 증가를 단기간 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4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알라바마 법인의 변압기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울산 변압기 공장의 시설투자 금액은 총 272억원이며, 2024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목 공정 해소와 공정 효율화로 변압기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 연간 매출 기준 1400억원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알라바마 법인은 보관창고와 야적장 신축을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투자 비용은 약 180억원이며, 내년 9월 준공이 목표다. 총조립 공정 부지 확보에 따라 알라바마 법인은 연간 8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에너지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전력기기 시장의 성장 전망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 중 하나다.
에너지 대전환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사용체계를 전환하는 것으로, 기존 전력망의 교체, 태양광·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 따른 새로운 전력망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망 구축(변압기·고압차단기) ▲분산전원 확대(배전기기) ▲전동화 트렌드 확산(회전기) 등에 필요한 핵심 전력기기의 생산과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대전환의 중심에 서있다는 평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에만 변압기 단일 품목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3분기 매출 6944억원, 영업이익 854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8%, 125.9%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12.3%에 이른다.
회사는 올해 4분기와 내년도 성장세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기 부사장은 “수주 이익률이 높은 물량들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올해 31억 달러가 수주 목표인데, 목표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