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소득-가구소득 차액의 50% 지급… 전세보증금 등 소득환산 안 해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대상… 서울시, 3년간 1600가구 대상 시범운영2026년 성과평가 후… 서울시-중앙정부, 전국 도입 여부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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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4월2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낡은 주택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6개월이나 전기·수도요금을 밀렸지만,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병이 있던 이들 모자는 특별한 소득 없이 전기와 수도까지 끊기며 어렵게 살아가던 중 아들이 먼저 숨진 뒤 홀로 방치된 어머니가 사망했다. 이들은 사망 한 달 뒤 수도사업소 직원들에게 발견됐다. 이른바 '창신동 모자 사건'이다.

    취약계층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시행 중인 기초생활보장수급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회 곳곳에 누수가 생기고 있다. 지난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과 2020년 11월 방배동 모자사건, 지난해 창신동 모자 사건과 수원 세모녀 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로 인한 비극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서울시의 안심소득 제도가 기존 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창신동 모자사건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지원 신청을 했지만, 공시지가 1억7000만 원의 주택을 소유하며 살고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90년 된 목조주택이었다. 이들의 소득은 고작 월 55만 원이 전부였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지원 대상의 전세보증금이나 자동차, 예·적금 등 재산을 가구 소득으로 환산해 심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중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해 신청가구가 대상에서 탈락하거나 지원금이 줄어들게 된다.

    주택이나 토지, 임차보증금 등 주거용 재산은 월 1.04%, 비주거용 부동산은 월 4.7%를 적용하며 현금이나 예금 보험 등은 월 6.26%의 소득 환산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억7200만 원인 전세에 거주하고 금융재산은 없는 1인 가구라고 가정한다면 소득인정액은 월 75만9000원이다. 다른 예로 보증금이 없는 월세에 거주하며 퇴직예금 1500만 원이 있는 1인 가구라면 소득인정액은 월 62만6000원이다. 두 사례 모두 생계급여에서 탈락한다.

    이에 더해 기초수급제도는 신청자 본인이 근로능력과 부양할 가족이 없다는 것을 계속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연령층인 만 18~64세의 경우 실업이나 휴·폐업 위기 상황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 힘들다. 또한 수급자로 선정된 후 기준소득을 넘으면 수급자격이 박탈되므로 추가로 소득이 생길 기회를 포기하거나 근로의욕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보훈급여금 선택적 포기제도가 신설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보훈급여금 포기를 신청한 국가유공자는 904명이었다. 이들이 보훈급여금을 포기한 이유는 추가 소득이 생길 경우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 지난 7월2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복지 사각지대 발굴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7월2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복지 사각지대 발굴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서울시는 기준 중위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안심소득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기초생활수급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복지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안심소득 제도란, 기준 중위소득 이하 가구의 가구소득이 기준소득보다 낮을 경우 차액의 50%를 지원하는 소득보장제도다. 현재 시행 중인 생계·주거 급여와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 복잡하고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복지제도를 통합해 안심소득 하나로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안심소득은 기초생활수급 제도와 달리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기 때문에 월 소득없이 전세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자에서 탈락하지 않는다.

    지원대상 범위도 넓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를 대상으로 지급하지만,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까지 지급한다. 재산은 3억26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지원금액은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실제 가구소득 간 차액의 50%를 지원한다. 소득이 한 푼도 없는 1인 가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 85%는 176만6208원으로, 소득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176만6208원의 50%인 88만3110원을 안심소득으로 지급받는다. 만약 월 소득이 76만6208원이라면 이를 제외한 100만 원의 50%인 50만 원을 안심소득으로 지원받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중위소득 50% 이하인 500가구를 선정해 3년간 지원하기로 했으며, 올해 7월에는 중위소득 50% 500가구와 중위소득 50~85%인 600가구를 선정해 2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3년간 총 1600가구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안심소득을 시범적으로 지급하는 3년 동안 매년 성과를 조사하고 평가보고서를 발간한 뒤, 안심소득 지급이 종료되면 사후관리 평가를 통해 최종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안심소득 지급 기간은 3년이지만, 성과평가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기간은 5년으로 계획해 최종보고서는 오는 2026년 발간할 예정이다.

    다만 개선할 부분도 눈에 띈다. 소득이나 자녀 수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자녀장려금과의 이중 지급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장려금은 열심히 일하지만, 소득이 낮은 근로가구를 위해 소득에 따라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자녀장려금은 일정 소득 이하이면서 부양하는 미성년자녀 수에 따라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근로장려금은 일을 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지만, 안심소득은 소득이 없더라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려금과 다르다"며 "2026년 성과분석평가 이후 전국에 확대 적용할 지 여부는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협의해 결정할 것이다. 서울시에서 3년간 시험을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