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해외 주류 통신판매 현황' 연구용역 발주통신판매 허용 기대감 확산… 제주맥주 등 주가 상승"무역적자·미성년자 보호 등 복잡… 혼자 결정할 문제도 아냐"
  • ▲ 국세청 ⓒ국청
    ▲ 국세청 ⓒ국청
    주류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의 제고 등을 이유로 소주와 맥주, 와인 등에 대한 온라인 통신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세청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16일 알려진 바로는 국세청은 이달 초 '해외 각국의 주류 통신판매 현황 및 기타 규제사항 연구'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 문제는 이를 두고 소주나 맥주 등 주류 통신판매 허용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주류는 대면으로만 판매가 가능하다. 지난 1998년부터는 전통주에 한해서만 판로 개척을 위해 온라인 판매·배송을 허용했다. 2016년에는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해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주류는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음식점의 주류 배달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주류 배달 기준이 모호하면서 음식점이나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했고, 국세청은 2020년 주류 금액이 음식 주문금액의 50% 이하여야만 배달이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음식이 주된 상품이어야 하고, 주류는 부수적인 상품이어야 배달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전통주처럼 다른 주류도 온라인 통신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와 함께 '홈술족' 증가로 크게 성장했던 수제맥주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침체기를 맞으면서 판로 개척을 위해 통신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한다. 주류판매 업체나 배달플랫폼도 소비자 선택권과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대를 위해 주류 통신판매 빗장을 완전히 열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온라인 통신판매 허용이 주류에 대한 미성년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세청도 미성년자 보호를 이유로 온라인 통신판매 허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다.
  • ▲ 주류 ⓒ연합뉴스
    ▲ 주류 ⓒ연합뉴스
    반면 업계에서는 충분한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지난 10일 열린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에서 마크 켄트 스카치위스키협회(SWA) 회장은 "영국은 배송 시스템에서 미성년자뿐 아니라 이미 만취한 소비자, 주류 주문이 금지된 소비자까지 파악해 주문 제한을 걸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 포럼이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세청의 주류 온라인 통신판매 관련 연구용역 발주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는 통신판매에 대한 국세청의 입장이 바뀐 것이라는 해석이 퍼지고 있다. 

    실제 제주맥주는 온라인 통신판매 허용 기대감으로 16일 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288원(29.9%) 오른 1250원에 마감했다.

    국세청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용역 목적이 온라인 통신판매 허용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닌 해외사례 수집이기 때문이다. 주류 통신판매에 반대하는 복지부·여가부와 통신판매 허용에 적극적인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별 의견이 수 년간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어떤 부처에서도 해외사례 연구는 하지 않았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이에 국세청이 해외사례를 수집해 각 부처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연구용역에 나선 것인데, 이를 업계에서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국세청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기준 주류 무역수지 적자가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데다 음식점과 편의점 등 소상공인은 통신판매가 허용되더라도 배달비용 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와인이나 위스키 등 수입주류 판매 증대로 전통주 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구용역 발주는 (단순히) 주류 통신판매에 대한 해외사례 수집 목적이기 때문에 연구기간이 두 달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국세청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복지부, 여가부와도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