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터에서 패킷 유실 현상… 포트 일부 이상도"라우터 장비 불량 외 다른 이상 없어"野 "정보관리원, 예산만 늘어… 점검나서야"
  • ▲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송상효 TF 민간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송상효 TF 민간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정부의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된 원인이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의 포트 불량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과 송상효 숭실대 교수 등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 공동 팀장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을 통해 "이번 장애의 원인이 네트워크 영역에서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TF는 애초 행정전산망 먹통의 원인으로 지목된 L4(네트워크 장비의 일종) 스위치의 문제는 아니었으며 라우터의 문제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라우터는 전산망의 통합검증 서버와 연결된 장비다. 행안부가 전상망 먹통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라우터에서 패킷(데이터 묶음)이 유실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라우터 장비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포트 중 일부가 문제가 있는 것이 발견됐다.

    해당 장비는 지난 2016년 도입돼 노후화로 인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송 교수는 "패킷이 유실돼 통합검증서버가 라우터로부터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패킷을 정상적으로 수신할 수 없었다"며 "지연이 중첩돼 작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우터 장비의 불량 외에는 다른 이상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런 검증 과정을 거치느라 장애 발생일 후 원인을 발표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이번 장애가 가지는 사안의 중요성, 관련 시스템의 복잡성을 고려했을 때 종합적인 검토와 충분한 검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 ▲ '먹통' 된 정부 24 ⓒ연합뉴스
    ▲ '먹통' 된 정부 24 ⓒ연합뉴스
    행정전산망 마비가 발생한 뒤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그 원인을 찾아낸 것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행안부는 이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이고 실효성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행안부는 오래된 장비들을 전수 점검하고, 신속한 복구 조치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 전산망 먹통 사태에 대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먹통 사태 발생 시 지휘권을 행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행안부에서 받은 2024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책정된 예산은 올해보다 17.2%(790억여 원) 늘어난 5433억여 원이다.

    정보관리원은 국가기관 주요 서비스의 서버와 통신·보안장비 등 정보자원을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로, 이번에 먹통 사태를 빚은 행정전산망 새올과 정부24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도 이곳에 있다. 

    정보관리원이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증액하면서 내실보다는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 의원은 "행정전산망을 관리하는 정보관리원에 쏟아붓는 혈세는 매년 증가했지만, 시스템 관리의 내실은 부족했던 탓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