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8월 초까지 2‧3분기 실적 몰랐다는 해명 비합리적일 터진 뒤 뒤늦은 수습…투자자 기만 논란 피하기 어려워일각선 "예견된 실적 하락" 평가…주관사‧금융당국 책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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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가 최근 이른바 '뻥튀기 상장' 논란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 위기에까지 처한 가운데, 기업과 상장 주관사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파두와 주관사 등은 회사의 매출 감소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라는 의견이 많다.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파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3%(1950원) 하락한 2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당시 공모가 3만1000원으로 평가받았던 파두는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며 2만원대로 급감했다.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매출액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불과한 상태다.문제는 파두와 주관사의 해명이다. 회사 측은 갑작스러운 고객의 발주 중단 등으로 업황이 악화됐다는 해명을 내놨다. 파두의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또한 상장 전 제시되지 않은 2분기 매출 공백에 대해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다만 업계에선 이번 파두 사태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파두가 주력으로 개발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SSD) 컨트롤러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한 증권사 임원은 "이번 파두의 매출 공백은 SK하이닉스 수주 계획이 갑자기 어그러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는 파두가 주력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침체 영향"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미 해당 업계에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주목을 받으면서 SSD보단 초거대 AI 구축·운영에 필수적인 그래픽저장장치(GPU)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라며 "SSD 시장이 위축될 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특히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2‧3분기 실적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해명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비판한다.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파두는 6월 말 신고서를 제출하고 7월까지 자진 정정신고서를 냈지만 2·3분기 실적 추정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라며 "해당 실적 추정치를 넣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것을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오히려 본인들의 실적이 그 정도로 고꾸라질 줄 몰랐다고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본다"라며 "다만 이들이 주관사에까지 본인들의 실적을 감춰가면서 IPO를 진행했는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본부장은 "파두의 매출처에선 SK하이닉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연초부터 해당 발주 물량이 줄었다는 소문이 돌았다"라며 "추후 몇 년간의 실적을 추정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한두 달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커 보인다"라고 지적했다.금융당국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충격적인 실적 악화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특히 파두가 기술특례상장 트랙으로 증시에 입성한 만큼 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 모습이다. 당국은 지난 24일 현행 상장 제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당장 예비 상장사들은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시 제출 직전 달까지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잠정 포함)을 추가로 기재해야 한다. 자본잠식 상태 기업들은 자본잠식 해소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러한 안 좋은 사례가 발생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문턱이 너무 높아질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