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이미지 추락 '이중고'HUG 분양사고 위험 대상도 5만가구 넘어유동성 위기속 줄폐업 속출… 올해만 496건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꾸준히 늘면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분양시장 침체와 원자잿값 인상으로 건설업계 재정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미분양 물량마저 지속적으로 늘면 중견사들의 줄도산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는 일반 미분양과 달리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10월 주택통계'를 보면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24호로 전월대비 7.5%(711호) 증가했다. 2021년 12월 7449호로 저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은 2020년말 48호에 불과했지만 불과 3년여만에 408가구로 늘었다. 지방은 지난해 12월부터 상승세를 기록중으로, 이달 말 기준 8270호의 준공 후 미분양이 남아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아파트 완공 후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해 시공사나 시행사가 떠안고 있는 물량이다. 일반 미분양보다 사업주체의 재정 부담이 더 크고 단지와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줘 악성으로 분류된다.

    미분양으로 인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사고 위험 대상으로 관리하는 사업장은 전국 91곳, 5만3641가구에 달한다. 2020년 8864가구보다 6배나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은 특히 재무 구조가 취약한 중견사들에게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시공능력평가순위 34위 SGC이테크건설은 원가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에 더해 미분양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SGC이테크건설의 3분기 누적 3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전년동기 423억원보다 426억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미분양 물량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공급한 '화곡 더리브 스카이'는 분양 초기 140가구중 13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후 최대 8000만원 할인분양 등 '고육지책'을 통해 남은 물량을 조금씩 소진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민간 미분양 주택 현황'을 보면 9월말 기준 여전히 98가구가 남아있는 실정이다.
  • 아파트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이밖에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입주 시작 후 1년5개월이 지났지만 216가구중 69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또한 경기 부천시 여월동 일대에 공급되는 '브라운스톤 여월'은 올해 총 4회의 무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장기간 누적되면 시행사와 시공사는 직접적인 자금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더욱이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중소사는 미분양이 쌓일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대형사에 비해 현금성자산 보유량도 적어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분양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시행·시공사일수록 할인분양이나 마케팅에 따른 판관비 증가도 적잖은 부담이 된다"면서도 "다만 할인분양 등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남은 물량을 소진, 공사대금을 회수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줄폐업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종합건설업체 폐업신고 건수는 49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67.0% 증가했다. 2006년 530건 이후 17년만에 최대치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어려운 시장 환경에 대비해 건설사들은 미분양 사업장을 정리하고 선별 분양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자금조달 환경이 당분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