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 체제 고삐…6월 회장취임 경영전면 나서 정관 제33조 2항 수정…회장추가→대우건설 입성 2025년 독립경영 보장기간 만료…"분수령될 듯" 해외누적수주 2.4조…연목표 1.8조比 134% 초과
  • ▲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대우건설
    ▲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대우건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2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기대와 우려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견고한 외형성장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선 오너체제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 당시만 해도 2025년까지 독자경영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물음표가 붙는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수 2년차를 맞은 대우건설이 '오너경영' 체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해외수주를 위해 전방에 나선 정원주 회장은 지난 6월 대우건설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경영전면에 섰다. 

    정원주 회장의 대우건설 입성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정원주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와 동시에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제33조 2항을 수정했다. 기존 정관인 <회사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고문,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명을 선임할 수 있다>고에서 '회장'을 추가해 <회사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고문,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명을 선임할 수 있다>로 변경했다. 기존 정관에 회장을 더해 자신의 회장취임 길을 열은 것이다.

    '정원주 1인체제'를 지원할 중흥측 인사도 적극 기용했다. 인수절차가 마무리된 지난해 2월 중흥그룹은 조직개편을 통해 대우건설 기존 임원중 절반가량을 물갈이했다. 이 과정에서 중흥출신 인사 10여명이 빈자리를 채웠고 당시 회사내부에선 인수때 약속했던 독자경영에 어긋난다며 거센 비난이 일기도 했다. 

    주요 인사별로 살펴보면 매부(妹夫)인 김보현 헤럴드 부사장(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위)이 대우건설 총괄부사장과 사내이사를 꿰찼다. 김보현 부사장은 정창선 회장 딸 정향미씨 남편으로 대우건설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주 회장의 아들인 1998년생 정정길씨도 20대 젊은나이에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합류했다. 정씨는 2021년 중흥건설에 대리로 입사했고 인수직후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겨 부장으로 승진했다. 회사 안팎에선 3세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정씨가 지난달 임원인사를 통해 1년만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승계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3~4세의 빠른 승진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대우건설과 중흥의 경우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인식이 여전해 내부반발도 더욱 클 것"이라며 "추후 대우건설과 중흥 출신간 내부갈등이 새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중흥 관계자는 "오너중심 체제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은 잘못됐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고 급여인상 등 직원복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적잖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시장 불안정성이 큰 시기에는 오너 리더십과 책임경영,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오너체제 강화로 정원주 회장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당면 과제는 양사 출신간 화학적 결합을 통해 내부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분수령은 독립경영 보장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당시 중흥은 대우건설 노조에 독립경영 보장기간 3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인수종료후 3년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대우건설 임원중 선임해야 한다. 또 집행임원 선임시 대우건설외 인력선임이 50%이내로 제한된다.

    바꿔 말하면 보장기간이 끝나는 2025년초부터는 중흥출신도 대표이사를 맡을 수 있고 중흥 등 외부인사 진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갈등은 의사결정 지연과 업무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오너체제는 책임경영 측면에서 분명 득이 되겠지만 자칫 회사내부가 곪는 원인이 될 수 있어 경영진과 직원간 소통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우측)이 투르크메니스탄 경제사절단과 면담하고 있다. ⓒ대우건설
    ▲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우측)이 투르크메니스탄 경제사절단과 면담하고 있다. ⓒ대우건설
    이와 별개로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실적개선은 정원주 회장 공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며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 대우건설 외형성장을 견인했다.

    연결기준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대우건설 3분기 누적매출은 8조8696억원으로 전년동기 7조2109만원대비 23%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5846억원으로 전년동기 5132억원대비 12.2%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4.0% 증가한 412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주택시장 침체와 원가율 상승 등 여파로 당기 영업이익은 1년전보다 153억원 감소한 190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분기 9.8%에서 5개분기연속 감소해 6.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또한 지난해 1분기 213%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올해 3분기 177%로 감소하는 등 재무건전성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확보한 수주잔고 45조5455억원은 추후 실적반등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에서만 2조4061억원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인 1조8000억원을 134% 초과 달성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대우건설 시공능력평가순위는 지난해 6위에서 올해 3위로 3계단 상승했다. 2017년(3위)이후 6년만에 업계 '톱3' 재진입에 성공한 셈이다.

    한편 중흥그룹은 2021년 12월9일 당시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다음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측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공식적인 대우건설 인수절차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