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업이 15년 만에 10조원 밑돌아영업이익 비중 70% 반도체 부진 영향올해 수요 확대 및 HBM 성장에 실적 정상화 기대감
  • 삼성전자가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을 겪으면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5년 만에 가장 적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 

    그러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업황 반등이 이뤄지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정상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 기준 작년 영업이익이 6조5400억원으로 전년보다 84.92%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58조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8% 줄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이 컸다. 그간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중 비중이 70%가 넘을 정도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반도체 사업이 위축되면서 부진이 지속됐다.

    특히 메모리 가격이 고객사들이 지난해 상반기 공급망 붕괴 우려 등으로 반도체 재고를 축적했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IT기기 수요가 급감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으로 12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봤다.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수준이다.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4분기에도 1~2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됐다. 이에 따라 연간 손실액은 14조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적자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며 실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늘고 있다. 지난 2022년 말부터 이어진 메모리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업황 반등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수요까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PC 업계가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시장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가격도 상승 전환된 상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대비 6.45% 상승한 1.65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5.38% 오른 이후 세 달 연속 가격 상승이다. DDR5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전월보다 2.94% 오르며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12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33 달러로 전월(4.09달러)보다 6.0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9개월 만에 4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세 개 분기 연속 상승이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재고축적 수요 회복 등으로 전분기 대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용 반도체의 경우 전분기 대비 18~23% 상승할 전망이다.

    전방 산업이 장기간 이어진 불황을 끊고 있는 점도 희소식이다. PC 출하량은 8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지만, 계절적 성수기 진입 등으로 하락폭은 감소되는 추세이며 바닥은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출하량도 물가상승률 둔화 등으로 소비 심리가 소폭 개선되면서 3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내년에는 연간 출하량이 성장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 메모리(HBM)까지 성장이 점쳐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HBM 시장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이 60~80% 수준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D램으로,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각광받고 있는 제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HBM 물량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생성형 AI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당사는 HBM2에 이어 HBM3와 HBM3E 등 신제품 생산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며 "내년 공급역량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9조원대를 기록하며 실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D램 영업이익은 15조4000억원을, 낸드 부문은 흑자전환이 전망됐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D램 업체들의 재고가 적정 수준을 하회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가동률 상승 및 생산 증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설비투자 집행 및 주주환원 정책을 감안했을 때 메모리 업황기에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만큼 생산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