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추락에 ELS 손실률 56%…패닉으로 다가오는 ELS '손실 공포’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하락이 계속되면서 최근 만기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률이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에서만 올 들어 2000억원 이상 원금손실이 확정되는 등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19일까지 2296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5대 은행에서는 8일부터 첫 원금손실이 확정됐고, 11일 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원 중 257억원만 상환, 전체 손실률은 52.8%로 집계됐다. 일부 상품에서는 지난 17일 56.1%의 손실률이 확인되기도 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급락하며 투자자 손실이 확대하고 있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가격 하락률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하락했고, 현재는 5100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지난 2022년 10월 말에는 500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홍콩H지수는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11.12% 급락해 전 세계 주가지수 중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세를 거듭한 한국 코스피 6.87%↓,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4.8%↓, 전쟁 중인 이스라엘 3.12%↓의 하락률을 크게 웃돈다.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으로,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 19조3000억원 중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특히 상반기(1분기 3조9000억원·2분기 6조3000억원) 만기가 집중돼있다.

ELS 상품 구조를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2021년 상반기 홍콩H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대략 1만340~1만2229 사이에서 움직였다.

현재 홍콩H지수가 5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손실률이 60% 수준까지 오른다고 하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 원금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