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만기 곧 도래…그룹사·금융권 총동원해 자금 조달롯데건설 2.3조원대 매입펀드 조성…대출 상환 '총알' 확보동부건설 3000억·신세계건설 2650억 조달…"급한 불 껐다"지방 미분양 적체 뇌관…건설업계 "세제 지원만으로 역부족"
  • ▲ 롯데건설이 시공중인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롯데건설이 시공중인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태영건설에 이은 '위기설' 단골후보로 거론돼왔던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사와 금융권을 총동원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상반기내 도래 예정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출만기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PF 대출 대환보증 신설 등 정부의 지원책이 본궤도에 오르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등은 올해 상반기 만기예정인 대출금 상환을 위해 적극적인 돈줄 확보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및 산업은행, KB·대신·키움증권 등과 2조3000억원 규모 PF 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에 돌입했다.

    은행이 선순위로 1조2000억원, 증권사가 중순위로 4000억원,  롯데물산·호텔롯데·롯데정밀화학 등 롯데그룹 계열사가 후순위로 7000억원을 각각 출자한다.

    그룹 계열사 추가 출자에 따라 펀드 규모는 2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3조2000억원대 미착공 PF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당장 다음달 6일 메리츠증권과 투자협약을 맺고 빌린 1조5000억원대 PF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그동안 줄곧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던 롯데건설은 이번 금융기관 펀드 조성을 통해 대출 상환을 위한 '총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메리츠증권과 맺었던 고금리 펀드 자금을 차환하고 상대적으로 저리 펀드로 전환함으로써 PF 관련 유동성 대응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유동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공급 예정단지에서 미분양이 다수 발생할 경우 자금경색 문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롯데건설의 올해 분양계획 물량은 △청담 르엘(1261가구) △광명9구역(1498가구) △인천 효성지구(4000가구) 등 2만3000가구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다.

    문제는 현 분양시장 상황이 고금리와 고분양가, 내집 마련 수요 감소로 완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분양물량이 많을수록 미분양 리스크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업황을 고려하면 추후 미분양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적으로 착공도 기대했던 만큼 진행이 안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33%로 위험 기준인 200%를 훨씬 웃돌고 있다.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은 지표인 미청구공사 규모도 1조5444억원으로 직전년말 1조4684억원대비 760억원 늘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2조원 규모 현금성자산을 감안하면 우발채무 관련 유동성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여전히 전체 PF 우발채무 67%가량이 미착공 사업으로 구성됐고 본PF 전환율이 계획 대비 미달할 경우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 롯데건설이 시공중인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롯데건설과 함께 유동성 위기 후보로 지목돼온 동부건설은 지난해 4분기 3000억원 유동성을 확보하며 급한 불을 껐다.

    문제로 지적된 PF 우발채무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동부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PF 우발채무 규모는 2000억원대로 전체 PF시장이 134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최한승 실장은 "동부건설은 단기유동성 리스크는 높지 않지만 추후 공공토지 대금 납부 등을 감안시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세계건설도 올해 초 그룹사와 금융권을 통해 2000억원을 확보했다.

    2000억원 사모사채를 KDB산업은행이 1400억원, 신세계아이앤씨가 600억원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조달된 자금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투입된다.

    또한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해 650억원 규모 자금을 확충했다.

    그동안 신세계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 다음 타자로 줄곧 거론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468%까지 치솟는 등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상태다.

    그룹사 지원으로 유동성을 긴급 수혈했지만 대구 등에 남은 미분양물량이 뇌관으로 지목된다.

    대구에 위치한 사업장인 △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라디체 △빌리브 루센트 등의 분양률은 20% 안팎에 머물러 있다.

    건설업계에선 정부 지원책이 안착되면 건설사들의 숨통이 일부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PF 대출 대환보증을 신설하고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보증 및 비주택 PF 보증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미분양 문제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 미분양주택 구입시 주택수에서 제외하는 등 정책을 내놨지만 현 시점에선 역부족"이라며 "이미 적체된 미분양 해소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지원은 세금 감면 및 인센티브 부여 위주라 침체된 건설경기를 바로 회복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침체된 일부 지방사업장 회복 여력과 신규 프로젝트 타당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