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는 높은데 제값 못받아""10척 수주했다면 3억달러 손해보는 셈"카타르 프로젝트 기대효과 반감중국 추격·금융변동성도 발목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FLNG '코랄 술'ⓒ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FLNG '코랄 술'ⓒ삼성중공업
    "시세는 높은데 제값을 못받아요."

    최근 승승장구하는 조선업계 업황을 표현한 말이다. 글로벌 선박가격은 치솟고 있지만, 우리 조선기업들이 수주하는 계약서에는 한참 낮은 가격이 적힌다. 지표는 맑지만 현장에는 구름이 끼고 있단 얘기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15척을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4조5716억원으로 척당 가격은 3050억원 가량으로 보인다. 이날 환율로 계산하면 1척당 2억3000만달러 가량이다.

    조선·해운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LNG운반선 가격은 2억6500만달러다. 1년 전 2억4800만달러에서 6.9% 상승했다. 하지만 우리 조선기업이 수주한 가격은 인상 전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10월 같은 곳에서 LNG운반선 계약을 따낸 HD현대중공업도 척당 2억3000만달러 안팎에서 계약서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조선기업이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배 1척당 3000만달러 가량을 손해보고 만들어주는 셈"이라며 "10척을 수주했다면 3억달러를 손해보는 것으로 이는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협상결과가 마뜩지 않은 까닭은 막강한 자본을 가진 협상상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수주는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로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1척당 2억5000만달러로 계산하면 250억달러, 34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고객인 만큼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조선기업들이 바짝 추격하는 점도 우리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약점이다. 지난해 국가별 수주현황을 보면 중국이 1117척(2493만CGT)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218척(1008만CGT)에 그쳤다. 우리 조선기업들이 가격이 비싸고 마진율이 높은 선박 위주로 수주받은 영향도 있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선 탓이 더 커보인다.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맺는 계약인 만큼 들쑥날쑥한 환율도 협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2021년 1100원 선에서 지난해 1450원 선까지 돌파했다. 이후 1200원 선까지 하락한 환율은 현재 1330원까지 재반등한 상태다. 전날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1841억원의 외환비용을 반영하기도 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경 시작된 슈퍼 사이클 이후 선박가격은 한국이 주도해 왔으나 한국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2022년부터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운임지수가 하락하며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선박가격과 괴리가 커졌고 수주잔고도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선박가격 하락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