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14만원, 바이백 2년… 모두 '일방통행'IB업계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조건)"對러시아 투자 한계 상황
  • 헐값 매각 논란이 인 현대차 러시아 공장 매각 과정에서 현지 정부의 입김이 세게 작용한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은 물론 2년 기한의 바이백 조항까지도 철저하게 러시아 정부의 뜻대로 이뤄졌다는게 자동차업계의 전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러시아 공장(HMMR)을 현지업체인 아트파이낸스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단돈 1만 루블(한화 약 14만원).

    여기까지의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대부분 2년내 재진출 조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다.

    일단 매각 자산에는 연 2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물론 같은 지역에 있는 연산 10만 대 규모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 부지도 포함됐다.

    해당 계약에서 주목됐던 '바이백' 조항 역시 현대차의 의지가 아닌 러시아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바이백 2년 조항 등은 대부분 러시아 정부 방침에 따라 결정됐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매각 과정에서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바이백을 제공할 경우 매각 체결 가격을 보다 낮출 수 있거나 매각 협상을 용이하게 할 수 있기는 하지만 14만원이나 2년 한시조건 등은 너무 터무니 없는 수준(조건)"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공장을 되살 때의 가격을 해당 시기 시세에 맞추기로 한 것은 사실상 '몰수'에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현대차가 5400억원을 투자해 2010년 9월 완공했다. 당시 현대차의 6번째 해외 생산 시설로 완공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만큼, 현지에서도 큰 기대를 받았다.

    한때 러시아 내수 1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적인 투자로 이름을 내기도 했다.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러-우 전쟁 발발.

    전쟁 이전 20만대 수준이던 러시아 판매 실적은 '0'대까지 떨어졌으며 2500여 명의 직원들 중 90%는 가동 중단 직후 휴직 상태가 됐다.

    2년에 걸친 휴업과 가동중단에 따른 손실만도 7197억원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나날이 커져 지난해 4분기에는 분기 기준 4573억원에 달해 더이상 존치 의미가 없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가는 물론 바이백 옵션까지도 철저하게 일방적으로 러시아 뜻대로 결정되다 보니 한국기업들의 對러시아 투자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